국민과 주택은행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영업에 복귀함으로써 국가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은행파업 사태가 7일만에 일단락됐다."받아낼 것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로 가는 것은 무리"라는 노조측의 판단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와 은행측의 절실함이 맞닥뜨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2일 합병 발표 이후 중단됐던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왜 파업 철회했나
'합병 발표 철회'가 아니면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하게 버티던 두 은행 노조는 결국 강제해산 하룻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물론 합병과정에서 노사자율합의, 파업 가담자에 대한 책임 최소화 등의 단서를 달고 있지만 사실상 노조측이 파업을 통해 얻은 것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파업 철회 발표 이후 은행에 복귀한 노조원들 상당수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안정, 최고수준의 명예퇴직금 보장 등은 이미 파업 직후부터 보장받았지만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라는 회의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 철회는 노조측의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견해가 높다.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받아낼 수 있는 명분이 없는데다, 강제해산 이후 노조원들의 결집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2차 은행 총파업'이 타은행 노조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불발된 것도 파업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괜히 파업을 계속했다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챙기지 못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며 "이번 파업 과정에서 노조의 위력을 과시했다는 것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 철회 그 이후는
노조의 파업 철회로 두 은행간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 노조측 발표 직후 김상훈(金商勳)국민은행장과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은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주내에 합병추진위 구성을 완료하고 내년 6월까지로 잡혀있는 합병 일정을 1~2개월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사태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김상훈 행장은 "노조원들의 인사조치는 대승적 차원에서 검토하겠지만 경제에 미친 파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사안별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업에 가담했던 노조원들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노조측과 다시 한번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날 비노조원인 팀ㆍ차장들을 주도해 파업에 동참토록 했던 팀차장협의회 대표를 대기발령 조치함으로써 이 같은 우려를 더했다.
파업기간 동안 두 은행에서 2조7,000억원의 자금이 이탈되고 대고객 이미지가 크게 실추한 점도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경영진과 노조원간에 생긴 뿌리깊은 불신의 골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은행 한 임원은 "국내 금융기관 사상 초유의 파업사태로 인해 두 은행이 입은 상처는 예상보다 깊었다"며 "하지만 직원들의 우려와 달리 두 은행간 합병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곧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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