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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여행 - 눈꽃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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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여행 - 눈꽃 트레킹

입력
200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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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하얗게 덮인 산길을 오르며 마음을 하얗게 비우는 것. 새해를 맞는 의식으로 제격이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선명하게 등산화의 발자국을 남기며 겨울 추억을 만든다.내려올 때 마대자루에 올라앉아 미끄러지는 엉덩이썰매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 산으로 눈꽃 트레킹을 떠나자. 매서운 바람도 더운 호흡이 있어 오히려 훈훈하다.

■대관령

대관령 트레킹의 메인 코스는 옛길과 선자령이다. 옛길은 대관령 휴게소에서 멀지 않은 반정(半程)에서 강릉시 어흘리의 대관령박물관까지의 약 5㎞ 구간. 서너명이 일렬 횡대로 걸을 수 있는 산길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에서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면 약 4시간, 반정에서 편도로 내려가기만 하면 1시간 40분 정도면 족하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강릉 방면으로 약 1㎞ 내려가면 고갯길 오른쪽에 반정이라고 쓴 비석이 있다. 옛날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 이 반정 옆으로 옛길이 나 있다.

옛날에는 사람은 물론 동해안의 모든 산물이 이 고개를 넘어 서울로 향했다.

중간 지점에 나그네가 목을 축이던 주막터가 있다. 주막터를 중심으로 윗길은 구불구불한 비탈길, 아랫길은 비교적 올곧게 뻗은 평지이다. 주막터에서부터 계곡과 만난다.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 선자령은 대관령 북쪽 봉우리. 해발 1,157㎙로 대관령에서 320여㎙만 더 오르면 된다.

대관령 휴게소(상행선)에서 북쪽의 대관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다. 왕복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관령 옛길이 숲 속으로 난 아늑한 길인데 비해 선자령길은 능선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시야가 툭 터져 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강릉시의 모습과 푸른 동해의 물색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라산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1,950㎙)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비전문가들은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라산 산행은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편하기 때문에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레킹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눈꽃으로 옷을 갈아입은 한라산은 지루하지 않다. 아름답고 흥미진진하다.

한라산을 오르는 길은 모두 네 곳. 보통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성판악코스, 관음사코스로 불린다. 이중 백록담에 닿을 수 있는 길은 관음사와 성판악코스. 어리목-영실코스는 9부 능선인 윗새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다. 윗새오름에서 백록담까지는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가장 붐비는 곳은 동쪽 능선인 성판악코스. 약 9.6㎞로 정상까지 4시간 30분이 걸린다.

봄이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드는 진달래밭이 압권이다. 진달래 가지마다 흰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북쪽 탐라계곡을 굽어보며 개미등을 타고 오르는 관음사길은 8.7㎞로 약 5시간이 걸린다.

한라산의 능선 중 가장 가파른 서북능선을 타고 오르는 맛이 일품이다. 길이 험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성판악을 택하는 것이 좋다.

영실코스는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아름다운 등산길. 병풍바위로 오르는 능선길이 조금 힘들지만 오른쪽 계곡 너머로 펼쳐지는 영실기암(오백나한)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땀이 씻긴다.

백록담에 못 오르는 아쉬움이 있다. 윗새오름까지 3.7㎞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어리목은 초보자들이 찾기에 좋은 평탄한 코스. 4.7㎞로 2시간이 소요된다.

길은 조금 지루하지만 한라산 정상과 좌우의 젖무덤 같은 오름을 바라보고 걸으면 묘한 분위기에 젖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4)742-3084

■오대산

우리 명산의 대부분은 울퉁불퉁한 바위산. 반면 오대산은 손에 꼽히는 육산(바위보다는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그러나 산길이 험하기는 바위산 못지 않다. 그래서 겨울철 오대산 종주는 초보자에게는 위험하다.

오대산에서 트레킹으로 적당한 코스는 월정사에서 상원사 적멸보궁을 거쳐 비로봉(1,563㎙)에 이르는 길.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평지 8㎞, 상원사에서 비로봉까지는 약간 가파른 산길로 약 3.2㎞이다.

월정사-상원사 구간은 왕복 2차선 비포장도로가 놓여 있어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오대산 계곡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맛보려면 그냥 걷는 것이 좋다. 특히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경우, 월정사-상원사 구간에서 다리를 풀면 상원사-비로봉 구간에서 고생을 덜 수 있다.

이 코스는 불교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월정사는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대찰.

절 주위로 뻗어있는 아름드리 전나무숲길이 압권이다. 권선문, 8각9층탑, 석조보살좌상 등 아름다운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비로봉 오르는 길 중간에 위치한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 오대산 자락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다.

풍수지리학자들이 '최적의 지형'이라고 꼽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대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33)332-6417

■백담계곡

백담사는 이제 유명사찰. 큰 불사 끝에 절집도 우람해졌다. 한적한 산사가 아니다. 입구 주차장부터 절에 이르는 계곡길에 시멘트 포장을 입혔고 중간지점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그래서 탐방객이 붐빈다. 특히 단풍철이면 무질서가 판치는 시장통으로 변해 등산객들은 오히려 이 계곡을 피한다.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때는 바로 겨울. 특히 눈이 많이 왔을 때이다. 셔틀버스 운행도 중단되고 계곡은 다시 적막강산으로 변한다.

이 길은 오세암-봉정암-소청봉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 용대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의 길은 그 등산로의 초입에 해당된다. 약 7.5㎞의 짧은 길이지만 백담계곡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있다.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부담없는 반나절의 트레킹으로 겨울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백담분소 (033)462-2554

권오현 기자

koh@hk.co.kr

■아이젠.스틱 꼭 준비해야

눈길 산행의 제1원칙은 안전. 겨울 산바람이 매섭고 날씨도 변덕스러운데다 눈길에서의 작은 실수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겠지만 필수 장비는 아이젠과 스틱. 아이젠은 길을 떠나기 전 미리 등산화에 부착해 끈 등을 조절한 뒤 꺼내기 쉽게 배낭의 윗부분에 넣는다.

스틱은 지팡이의 기능 뿐 아니라 특히 겨울 등산에서는 안전의 절반을 책임지는 장비이다. 눈쌓인 계곡이나 너덜지대(바윗길)에서 발목이 빠지기 쉬운 구멍을 찾는 탐침기의 역할을 한다.

체격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내리막길에서 유용하다.

추운 날씨의 산행에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은 체력을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 탈진이 쉽게 오기도 한다. 두꺼운 옷 한가지보다 얇고 보온력이 좋은 모직 옷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이 낳다.

예상보다 따뜻하면 기온에 따라 적당히 벗을 수도 있다. 또 옷이 젖을 때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장갑은 방수가 되면서 보온력이 좋은 것을 선택한다. 안에 낄 수 있는 모직장갑이나 목장갑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눈길 산행은 등산화 앞과 뒤로 눈을 찍는 보법이 효과적이다. 내리막길에는 시야를 발 앞보다 조금 멀리 두고 발걸음을 과감하게 옮겨야 덜 위험하다. 코스 선정에서 모험은 금물.

눈에 덮인 겨울 산은 곳곳에 함정과 빙판이 있기 때문에 등산로가 아니면 아예 발길을 들여놓지 않는 게 상책이다.

■눈꽃의 종류

겨울철 나무나 풀이 하얗게 된 것을 흔히 눈꽃이라 부른다. 눈꽃은 생기는 과정에 따라 설화, 상고대, 빙화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모습도 각기 다르고 지역적 특성이나 날씨의 변화에 따라 세 가지가 한꺼번에 피는 경우도 있다.

설화(雪花)는 말 그대로 눈이 나뭇가지나 마른 풀 위에 쌓인 것. 산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바람이 불면 눈꽃이 날린다.

상고대는 무송(霧淞)이라고도 부른다. 눈이 아니라 서리가 가지에 얼어붙어 생긴다.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기온이 급강하하면 아름다운 상고대가 만들어진다.

빙화(氷花)는 얼음꽃. 설화나 상고대가 녹으면서 물이 되어 가지에 붙어있다가 기온이 떨어져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다. 햇살을 받은 빙화는 맑고 영롱한 아름다움이 있어 사진작가들의 인기 촬영 소재이기도 하다.

■'눈꽃축제'엔 특별한 것이 있다

눈은 겨울 정취의 상징. 당연히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는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강원 백두대간을 낀 산마을과 한라산 일대에서 2001년 1월 연이어 눈꽃축제가 마련된다.

흥겨운 놀거리는 물론 눈과 관련된 민속 의식도 많이 준비돼 있어 눈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강원 평창군은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남한에서 적설량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도암면 횡계리(일명 용평)에서 제9회 대관령 눈꽃축제를 연다.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만설제로 막이 오르는 축제에서는 옛날의 사냥 모습을 재현하는 황병산 사냥놀이, 설피 신고 걷기, 소달구지 행진 등 눈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국제 알몸 마라톤대회, 스노 카레이스 등의 체험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033)336-2555

강원 태백시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의 당골광장에서 1월 13일부터 21일까지 제8회 눈축제를 개최한다. 전국 20여 팀이 참가하는 눈조각 경연이 펼쳐지고 각 국의 눈사람을 설치한 눈사람공원, 탄광 갱도 모양의 눈터널,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 카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된다.

오궁썰매타기와 등반대회, 눈 위에서의 풋살 경기 등 관광객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033)550-2081

속초시는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설악산 일대에서 제6회 설악 눈꽃축제를 연다. 전국의 대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눈ㆍ얼음 조각전을 비롯해 돼지와 산토끼 잡기대회, 설악산 사진 전시회 등이 준비됐다.

토왕성폭포에서의 빙벽 오르기 대회와 설악산 3개 등반로에서의 산길 걷기대회, 예쁜 눈사람 만들기, 눈 위에서 공 굴리기 등도 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행사. (033)635-2003

한라산 눈꽃축제는 1월 13일부터 21일까지. 평화통일기원 한라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설원 서바이벌, 감귤 방사탑 쌓기 등 흥미진진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064)710-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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