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웃통을 벗어던진 채 노래 부르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은 가수의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감히 비집고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빽빽히 들어서서 확실한 보온장치가 돼 주는 청중의 열기가 에워 싼다. 스타덤과 팬덤은 완벽한 동의어가 된다.'언더그라운드 클럽의 해부서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에서 묘파된 인디 밴드들의 처소다.
스트리트 페이퍼나 웹진 등 게릴라 매체를 통해 점묘돼 오던 우리 시대 대안문화의 생생한 현장이 한 권의 책에 집약됐다. 인디와 올터너티브의 세계가 파격적 편집의 생경한 힘으로 육박해 온다.
언더그라운드 문화 특유의 당당함은 이를테면 이런 오기이다. "클럽들이 다 죽어봐, 모두 후회한다". 책은 펑크와 사이버 밴드로 집약되는 이른바 '홍대 앞'의 유쾌한 파격들에 대한 리포트이기도 하고, 그들의 울분과 그들에 대한 동정의 분석이기도 하다.
책은 자본 및 PD시스템의 횡포와 함께 클럽 밴드들의 딸리는 연주력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등 균형 잡힌 서술이 신뢰감을 준다.
5명의 작가들은 그동안 언더 문화의 대변자로 명성을 높여 온 사람들이다. 인디 레이블 'Indie'의 대표로 좌장격 논객인 김종휘, 모 일간지 기자였다가 '시네21' 기자로 변신한 문석, 대안음악 비평가 그룹 '얼트 바이러스'를 만들고 인디 레이블 '강아지 문화예술'에서 활약중인 신현준, 한때 '허벅지 밴드'의 보컬이기도 했던 자칭 문화배설가 안이영노, 시인이기도 한 음악평론가 성기완이 낯익은 예봉을 휘두른다.
이 책은 국내 단행본으로는 처음으로 크래프트지를 본면 용지에 사용했다는 기록을 수립했다.
시멘트 포장지 같은 거친 질감의 이 용지는 그동안 무가로 배포돼던 스트리트 페이퍼에서나 볼 수 있었다. 언더 가수가 열창하는 모습의 표지 사진을 비롯, 본면의 모든 사진들은 무크 페이퍼 '팬진공'이 제공한 것들이다.
중복 인쇄, 다양한 글자형, 불규칙적 사진 배치 등 파격적 편집이 우선 눈에 띄는 책은 단행본 스트리트 페이퍼다. 길거리의 키치 문화는 이 책을 만나 처음으로 동서 고전과 나란히 안방 서가의 반열에 오른다.
김종휘 외 4명 지음ㆍ 해냄 발행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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