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공직기강확립 1차 추진 결과를 보면 사정작업이 맥이 풀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비위공직자 2,111명 적발'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내용을 들춰보면 요란했던 캠페인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적발된 비위공직자 2,000명중 고위공직자는 찾아 볼 수 없고, 5급 이상은 82명(4.3%)에 불과하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정부의 사정작업이 '사정 홍보'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3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마지막 결전이라는 생각으로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한 후 사정은 외견상 급 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가장 공들인 대목은 이른바 '국가기강확립 관계기관 회의'였다.
장차관들이 몇번씩이나 모였고 심지어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 회의까지 소집해 엄포를 놓았다. 언론과 여론을 의식한 '대국민 홍보용' 이었다.
이렇게 한달 여가 흘렀고, 정부는 부랴부랴 1차 결과를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국가기강을 확립한다고 큰 소리를 쳐 놓고 아무 소식이 없으면 국민들이 정부를 뭘로 보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발표를 독촉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홍근(吳弘根) 국정홍보처장은 사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연말이 돼서 그 동안의 결과를 정리 한 것일 뿐 사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애써 강조한 뒤 " 내년 1월께 사회질서 사범에 대한 발표를 다시 할 것"이라고 또 한차례의 홍보행사를 예고했다.
사정은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아도 '정부와 정치권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국민들이 받는다면 저절로 성공한다. 사정이 '양'보다 '질'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사정을 국정 홍보로 접근하는 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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