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SOFA협상 타결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1991년 1월 1차 개정된 후 10년만에 대폭 손질됐다.
개정안은 그 동안 불평등ㆍ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내용들이 상당 부분 개정되고 환경 등 조항이 새롭게 신설되는 등 현행 SOFA에 비해 진일보한 면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형사재판관할권 분야에서 우리측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환경 분야에서도 미군의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대체적으로 우리측에 유리한 협상 결과였다는 평가이다.
이번 협상이 빌 클린턴 행정부하에서 타결됨에 따라 한미 양국관계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SOFA 문제가 차기 행정부로 넘어가지 않게 됐다는 점도 보이지 않는 소득이다.
이번 협상의 결과 한미 SOFA는 최소한 미ㆍ일 SOFA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 주요 개정 내용
죄질나쁜 강간도 기소전 구금
▲ 형사재판 관할권
12개 중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기소시점을 현행 형 확정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긴 것은 미일 SOFA와 비교해 한미 SOFA의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을 바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살인과 죄질이 나쁜 강간범의 경우 우리 수사당국이 체포시 기소전이라도 계속 구금할 수 있는 조항의 신설은 우리 정부가 미측을 밀어붙여 따낸 '예상 밖의 소득' 이었다.
미측은 우발적 살인과 흉악성이 없는 강간의 경우 계속 구금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막판 절충 끝에 강간에 한해 '죄질이 나쁜 경우'라는 전제를 다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우리측은 미측의 양보 대가로 질병ㆍ부상 등의 경우 재판전 신병인도 연기에 대한 미측 요구에 호의적으로 고려하고, 기소 후에는 미군 피의자를 신문하지 않기로 하는 등 미군 피의자에 대한 법적권리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미군 피의자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난 경우 검사가 항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됐다.
오염사고 책임추궁 근거마련
▲ 환경분야
독일보충협정처럼 환경피해에 대해 미군의 원상회복 의무를 명시하고 배상의무를 지우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환경보호 의무조항을 신설, 오염사고 발생시 적절한 대응수단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상호주의에 따라 미측은 한국의 환경법령을 존중하고, 우리측도 미군의 안전을 적절히 고려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특히 양측은 환경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공동조사를 위한 미군기지 출입절차도 마련했다.
이밖에 미측은 정기적으로 환경관리 실적을 평가하고 주요 오염을 제거하기로 하는 등의 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이 SOFA 본문이 아니라 합의의사록 또는 특별양행각서에 규정됨으로써 향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노동쟁의 중노위에 조정신청
▲ 노무분야
지금까지 주한미군 부대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노동부의 알선을 거쳐 한미 합동위에 넘겨졌으나 이번 개정으로 중앙노동위에 조정신청을 한 뒤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한ㆍ미 합동위에 회부하도록 해 국내법상 조정절차를 밟도록 했다.
또 냉각기간도 현행 70일에서 45일로 단축됐고, 해고 사유도 전쟁ㆍ 비상사태ㆍ병력감축 등 군사상 필요 없이는 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 기타 분야
미군측에 공여된 토지와 시설의 반환 문제와 관련, 모든 공여지에 대해 사용 목적상 더 이상 필요한지 여부를 연 1회 이상 합동 실사하도록 한 규정도 실익 측면에서 성과로 지적된다. 우리측은 대신 미군 훈련장 등 시설에 우리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등 공여지 침해 행위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미측이 군부대에 건축을 신 개축할 경우 우리측에 사전 통보 및 협의하도록 한 조항도 신설, 미측의 무단 토지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양측대표 일문일답… 美 "최고위층서 큰 관심"
SOFA 개정안에 서명한 송민순 북미국장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타결됐다"고, 미국측 프레데릭 스미스 부차관보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국내적 절차와 효력 발생시기는.
(송민순)"법제처 및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식서명 순으로 진행된다.
공식서명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이다."
(스미스)"국무부와 국방부의 검토를 거쳐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송민순)"양국이 장기적 국가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양국 정상과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간 '소파'는 불편한 소파였으나 앞으로는 불편 없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가 될 것이다."
(스미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번 협상결과는 미국 최고위층의 중요 관심사였다."
-미군 피의자 관련 합의는.
(스미스) "상당히 만족한다. 법적 자문권리,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 구금시설, 언론보도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