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IMF 체제라는 큰 위기를 딛고, 보다 밝은 새 세기를 만들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습니다"(삼성 이건희 회장의 2000년 신년사) "2000년은 시장의 준엄한 잣대가 기업운명을 결정하고, 방심과 자만이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2001년 신년사)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2000년 벽두에 "21세기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삼성은 '밀레니엄 프론티어'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2001년 신년 메시지의 서두는 쓰라린 회고로 대체됐다. "2000년은 대기업이 부실화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충격과 변화가 있었다.
내년은 경제성장 둔화속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룹의 키워드도 완전히 달라졌다. 뉴밀레니엄 첫해 삼성의 키워드는 '디지털화'였다. 이 회장은 "올해를 삼성 디지털 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하고(중략) 경영 전부문의 디지털화를 힘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1년 신년메시지는 '일상적 구조조정'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회장은 "삼성은 구조조정을 다시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경영을 실천하면서 구조조정을 일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를 한 삼성그룹 총수의 2000년ㆍ2001년 신년사는 세밑 재계의 자기비판이자 다짐으로도 읽힌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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