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은 너무 애타게 기다렸다. 예년에는 12월 중순이면 북쪽으로부터 얼음에 구멍을 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날씨가 도무지 마음 같지 않았다.낚시가방만 만지며 추워지기만을 바랬다. 이번 주 한차례의 추위로 중부 북부권부터 저수지의 얼음이 얼었다. 주말부터 첫 얼음을 깨는 '첫탕'이 시작될 전망이다. 녹 슨 끌에 기름을 바르고 섬세하게 찌를 맞추는 꾼들의 마음은 벌써 얼음판 위에 앉아 있다.
얼음낚시는 대를 운용하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 없어 초보자들도 도전할 만하다. 초보를 위한 얼음낚시 요령을 간추린다.
예전에는 대부분 짧은 견지낚싯대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일반 낚싯대를 많이 사용한다.
구멍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것이 조용하기 때문. 극한 상황이라면 아주 긴 대가 필요하겠지만 2칸, 2칸 반 정도의 낚싯대면 대부분 저수지의 수심에 맞출 수 있다.
구멍의 크기는 한 뼘 정도. 너무 작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충분하다. 월척급 대물도 이 정도 크기면 무리없이 끌어낼 수 있다. 너무 크면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고 바깥의 찬 기온이 물 속에 전파돼 붕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얼음끌을 잡을 때에는 반드시 끌 끝에 있는 줄을 팔목에 감을 것. 끌이 손에서 미끄러지면 그냥 물 속으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미끼는 지렁이. 겨울을 견디려는 붕어는 체지방 축적을 위해 동물성 미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산 토종붕어가 있는 곳에서는 거의 100% 지렁이에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식붕어가 많아지고 중국산까지 수입되면서 미끼에 대한 다양한 운용이 필요해졌다. 양식붕어는 지렁이보다 어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멀찌감치서 바라보던 찌를 눈 앞에서 대하는 꾼들은 대부분 좋은 조황의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얼음낚시는 조황의 기복이 크고 '꽝'이 많다. 그런대로 손맛을 느끼며 차비 정도라도 건지려면 시간에 따른 수온의 변화를 읽는 것이 요령이다.
해가 뜨기 전이라면 골자리(수심 4~5㎙)가 포인트. 수온의 변화가 적은 골자리에서 붕어들이 밤을 보내기 때문이다. 햇살이 퍼지면 지체없이 물가의 갈대ㆍ부들밭으로 자리를 옮긴다. 얕은 물이 햇살을 받으면 가장 먼저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 곳으로 붕어가 움직인다.
한낮에는 다시 저수지 중심으로 이동해 수심 3㎙ 내외의 물 속 수초지대를 노린다. 깊은 물도 적당히 따뜻해진 데다 붕어가 숨기에 적당한 은폐물이 많기 때문이다.
해가 기울면 다시 골자리로 자리를 옮긴다. 입질이 1시간 이상 없으면 지체하지 말고 다른 곳에 구멍을 뚫는다. 얼음낚시는 붕어를 유인하는 낚시가 아니라 붕어가 쉬고 있는 곳을 찾아 다니는 낚시이기 때문이다.
해를 등지고 앉는 것은 절대 금물. 앉아있는 그림자가 바늘이 떨어져 있는 물 속에 비치기 때문에 붕어가 식욕을 잃을 수도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학지(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
얼음낚시 1번지. 가장 먼저 얼고 가장 늦게 녹는다. 1922년에 만들어진 원로 저수지로 붕어, 잉어, 가물치 등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1995년부터 3년 여의 준설작업으로 한동안 조황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다시 굵은 씨알이 낚이고 있다.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 가족 나들이터로도 좋다. 평지여서 전반적인 수심이 1㎙ 내외이고 준설지역은 5~7㎙에 이른다. 중류 물밑 수초가 밀생한 골자리와 준설지역이 포인트. 얕은 곳에서는 2칸 이상의 긴 대를 펴고 멀리 떨어져 앉는 게 유리하다. 문의 포천 운천낚시(031)532-6342
서해대교 개통으로 각광
■대호만(충남 당진군)
서해대교 개통으로 이번 얼음낚시 시즌 가장 많은 꾼들을 불러 모을 곳. 당진 서문각에서 서산 삼일포를 잇는 7.8㎞의 방조제가 만들어 놓은 870여 만 평의 대규모 수면이다.
서해대교 개통 전에는 서울에서 평일 3~4 시간, 주말 7~8 시간이 걸렸다. 정체가 심할 때는 10 시간도 넘게 걸려 꾼들의 발길이 뜸했었다. 지금은 2시간 내외로 단축됐다. 이번 겨울 대호만의 하얀 얼음에는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릴 전망.
나뭇가지처럼 뻗어있는 크고 작은 수로 모두가 포인트. 수초대에 바짝 붙여 얼음을 뚫고 동물성 미끼로 공략해야 대물을 건질 수 있다. 문의 당진 사계절낚시 (041)355- 7630
■가족과 함께 즐기기엔 빙어낚시 최고
얼음 낚시 중 가장 간편하면서 가족끼리 한바탕 즐길 수 있는 종목은 빙어낚시. 쉽게 많이 잡을 수 있으면서 먹는 맛 또한 별스럽기 때문이다.
빙어는 얼음 밑을 떼지어 다니는 5~18㎝의 흔한 민물고기. 냉수성 어류로 여름과 가을에는 수온이 낮은 호수 밑바닥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얼음 밑까지 올라와 산란을 준비하며 먹이활동을 한다.
원래 한반도의 일부 하천에만 살았는데 1920년대 일본 사람들에 의해 양식돼 전국의 내수면에 퍼졌다.
빙어낚시 채비는 초보자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낚시점에서 사는 게 효율적. 3,000~1만원 정도면 바늘, 봉돌, 찌가 결합된 세트를 살 수 있다.
미끼는 동물성이 주를 이룬다. 먹성이 좋고 입이 작기 때문에 흔히 구더기를 쓴다.
구더기는 꼬리부분(두꺼운 곳)에 바늘을 살짝 걸쳐야 물 속에서 왕성하게 빙어를 유혹한다. 떡밥이나 원자탄 가루를 구멍 속으로 살살 뿌려주는 것도 빙어를 유혹하는 방법. 빙어는 떼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첫 입질에서 챔질하면 손해.
대여섯번의 입질 끝에 올리면 3~4마리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빙어요리는 그냥 산채로 초고추장을 찍어먹는 회, 밀가루를 입혀 식용유에 튀기는 빙어튀김이 대표적. 모두 간단한 취사도구만 있으면 현장에서 요리할 수 있다.
빙어낚시의 최고 명소는 소양호. 특히 강원 인제군 남면 군축교 인근이 한겨울이면 빙어꾼과 가족들로 붐빈다. 인제군은 매년 이 곳에서 빙어축제를 여는데 이번 시즌 제 4회 축제는 2001년 2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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