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신뢰가 추락한 정부가 한달 동안 벌인 '고강도' 공직사정 결과를 내놓았다.중ㆍ하위직 비위 공직자 2,000여명을 적발해 70명을 구속하는 등 엄정하게 제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홍보처장이 나서서 발표한 사정실적은 알맹이가 보잘 것 없다. 이런 허울뿐인 사정으로 공직기강을 바로 잡기는 커녕,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다.
발표내용은 정부기관 자체감찰 결과를 모아놓은 숫자만 많을 뿐, 검찰과 경찰이 형사처벌한 비위공직자는 200명에 그친다.
그것도 지방해양수산청장 등 몇 명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한 것이 겨우 눈에 띄고, 이렇다 할 중ㆍ상위직 공직자의 중대비리는 없다. 특히 감찰에서 적발한 공직자도 5급 이상은 80명 뿐이어서, 하급직 복무기강불량 등 소소한 비위만 뒤진 인상을 준다.
이 정도 실적은 통상적인 감사ㆍ감찰 활동에서도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경제난국에 신뢰추락이 겹친 총체적 위기 속에 국정쇄신을 외치는 정부가, 고작 이런 실적을 국민 앞에 태연히 내놓는 것이 어이없다. 위기의식을 엿볼 수 없는 이런 안이한 자세가 국정위기를 초래하고 부추긴다는 느낌이다.
공직사회 저변에 비리가 만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랜 세월 부패한 풍토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국정을 주도하는 이들은 단호한 의지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공직사회에 건전한 기풍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헌신적이고 부단한 노력 없이는 공직기강 확립과 국정쇄신, 난국극복 등은 모두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고위 공직자들은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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