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방송광고시장을 완전 자유경쟁화하는 방향으로 '방송광고 판매법'을 만들도록 권고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무시한 처사다. 경쟁을 막는 규제를 풀라는 권고는 언뜻 당연한 듯 하지만, 우리 방송의 중심인 공영방송의 존재목적을 도외시한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방송광고공사가 광고를 독점 대행하는 현 체제는 당초 정부가 방송광고시장까지 통제, 방송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것을 막아 공공성ㆍ공익성을 확보하려는 명분 또한 분명했고, 실제 그런 순기능이 적지 않았다.
시대상황이 바뀌고, 민영방송이 확대된 마당에 이런 독점체제를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
문화관광부가 방송계의 오랜 요구를 고려해 KBS와 MBC는 그대로 방송광고공사가 광고를 대행하고, SBS는 새로운 대행사가 맡도록 2원화 하는 방침을 세운 것은 그런 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방송사마다 대행사를 갖게 한 것은 개혁을 빌미로 사회적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무한 경쟁체제는 가뜩이나 공공성ㆍ공영성을 저버리고 시청률 경쟁에 몰두, 저질ㆍ선정으로 치닫는 추세를 부추길 것이 뻔하다.
또 광고단가 인상과 함께, 지금도 전체 광고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방송 3사의 지배력이 커져 종교방송 등 취약한 매체는 한층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결국 공영방송의 수익확대를 위해 국민부담을 늘리고, 방송산업의 균형발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큰 것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광고판매의 독립을 통해 확보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익을 위한 자율과 사회적 통제의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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