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캐릭터로만 활동해 왔던 4인조 핌프록 그룹 '실버스푼'이 얼굴을 드러내면서 열렬한 반향을 얻고 있다.지난 25일 KBS 88체육관에서 있었던 서태지 콘서트에서 오프닝으로 세 곡을 불렀던 이들은 폭발적인 무대매너와 뛰어난 연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 자생적으로 팬클럽이 생길 만큼 반응이 좋다. 학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삐딱한 랩에 실은 타이틀곡 '스푼'은 또래 아이들의 귀를 파고든다.
데뷔 한 달 밖에 안 되었지만, 노래조차 제대로 못하는 '날림'댄스그룹과 비교가 된다. 이들은 10년 넘게 드럼을 쳐온 리더(23) 미호를 비롯하여 모두 4, 5년간의 클럽 연주경험을 가졌다.
그리고 수시로 잼 세션을 통해 수십 여 곡을 작곡했다. 칸(20)이 기타를 치다 괜찮은 리프를 뽑아내면 드러머 미호와 베이시스트 오경(18)이 살을 붙이고 여기에 한기철(19)이 프리스타일 랩을 구사하면 그대로 곡이 된다. 명실상부한 '공동작곡'인 셈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런 잼 세션과 클럽 연주를 해 왔다. 거기서 얻어진 음악적 자신감이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연주실력으로 뿜어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전자음에 묻힌 소리가 아닌 살아있는 '악기소리'를 알아보는 팬들이 가들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생김새도 '얼굴없는 가수'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을 만큼 준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캐릭터로만 활동해 동해 온 데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간명하다.
"음악으로만 인정받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렇지만 각종 오락프로그램이나 토크쇼 출연 등 음악과 상관 없는 방송활동에 대해서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전략인 것 같습니다. 얼굴을 먼저 알리고 그 다음 음악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음악보다 토크쇼에 써먹을 '개인기'를 연습하느라 나중에는 보여줄 게 없어지는 부실한 신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이다. 하드코어라는 장르는 이들의 정체성이자 부담감이다.
서태지의 게스트로 탄탄한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단지 서태지 보다 나중에 음반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하드코어 열풍에 '편승'했다는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몰락한 백인의 삐딱한 정서에 담긴 폭발적인 에너지가 이들을 매료시켰고, 그래서 첫 음반을 하드코어로 시작했을 뿐인데. "젊은 음악이지요. 연주에 빠져 있을 때는 그야말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클럽에서 블루스, 애시드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 왔기 때문에 굳이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가장 나중에 팀에 합류한 한기철도 샤우팅, 멜로딕 랩 등 다양한 랩을 유연하게 구사한다.
"이전에 '마니아'일 때에는 즐기는 음악만을 했지만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배울 수 있는 음악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활동에 바쁜 요즘도 틈틈히 서너 시간씩 연주를 하는 실버스푼, 인터뷰를 마치고 또 다시 연습실로 향한다. 마니아의 열정을 발판으로 뮤지션으로 도약하기 위해서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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