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두 새해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후유증으로 시끄럽다. 처리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어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당론을 따르지 않는 항명 사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한나라당-내부반발에 당론 갈팡질팡
27일 새벽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합의된 새해 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처리를 놓고 당내에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예산처리를 정부조직법안과 함께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당론이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의사결정구조가 없다"는 소리도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달간 지루하게 이어진 예산안 처리와 관련, 한 당직자는 "일부 의원들의 강경론 때문에 일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계수조정 소위가 진행되는 내내 L, 또다른 L의원들이 강경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일부 의원들이 예산안 타결 직전까지 이 총재의 눈치만 살피는 바람에 정창화(鄭昌和) 총무 등 협상팀의 애를 태우며 마지막까지 타결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도 이같은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 총재 주재로 2차례 걸쳐 총재단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에 대한 의견을 모았으나 일부 당직자들의 문제제기로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총재단 회의에서 최병렬(崔秉烈) 강재섭(姜在涉) 김진재(金鎭載) 박희태(朴熺太) 부총재 등이 주고받기식 의혹을 받고 있는 예산안 합의 및 교육부장관의 부총리 승격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정작 시간을 끌었던 것은 당직자 K씨가 고집을 부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 총재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지만, 여전히 당내 의사결정구조가 취약하다"면서 "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처리와 관련, 어차피 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당이 갈팡질팡한 것은 총재의 눈치만 보는 일부 당직자들의 소신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 민주당-표결과정 노골적 항명 홍역
예산안과 정부조직법처리과정에서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반란'이 두드러졌다.
박병석(朴炳錫) 전용학(田溶鶴)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 대전ㆍ충청권 의원 3명은 27일 새벽 실시된 새해 예산안 표결에서 당론을 거부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이에 앞서 26일 "새해 예산안은 영ㆍ호남, 특히 영남지역에 편중된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미리 예고까지 했다.
송석찬 의원의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도 당론과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수정안 표결 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다가 다른 동료 의원들의 채근을 받고서야 마지 못해 일어선 것. 송 의원은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예산안에 대한 불만의 연장으로 비쳤다.
환경노동위원장인 유용태(劉容泰) 의원과 이미경(李美卿) 송영길(宋永吉)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큰 의원들은 당 방침과는 달리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 예산안 표결 시 기권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소신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당의 통제력 부재로 비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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