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주택은행 노조가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농성에 들어간지 7일째인 27일 경찰병력 투입으로 일단 노조원들이 강제해산됨으로써 은행 파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두 은행 노조원들의 영업현장 복귀를 당장 기대할 수는 없지만 대화의 여건이 마련된 만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적어도 연말까지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영업정상화 언제 가능할까
공권력 투입으로 일단 노조원들이 강제해산되기는 했지만 향후 분회별로 계속 집회를 갖기로 함에 따라 28일 영업에 복귀하는 인원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28일이 은행 총파업일로 잡혀있는 것도 변수다.
하지만 고립된 파업장소에서 해체됨으로써 집결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노조측에 부담 요인이다.
"이제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은행측이 개별접촉을 통한 회유에 들어가 영업복귀 인력이 속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두 은행부.점장들은오전부터소속 직원과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28일 오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중징계하겠다는 은행 방침이 너무 확고하다. 입장은 이해하지만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총파업도 사실상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27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곳은 한빛.조흥.평화은행 등에 불과할 정도다. 총파업을 시작했다가 타은행이 뒷받침해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두 은행 노조원의 사기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완전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28일부터 차차 영업을 재개하는 점포수가 늘어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측. 파업지도부도 인력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은행측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고용안정'등의 대가를 받아낸 뒤 파업을 철회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연말까지는 금융 대혼란 불가피
두 은행의 영업 완전정상화까지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어 적어도 연말까지는 '금융 혼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각각 34개와 75개의 거점점포를 운영했던 두 은행이 이날 105개, 149개의 점포를 개점하는 등 다소 영업이 활기를 띠기는 했지만 여전히 북새통처럼 몰린 고객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한 명동 국민은행 본점 영업 1부에는 세밑에 급전을 찾으려는 고객 수백명이 현금자동화기기 앞에 장사진을 쳤으며, 창구 대기번호도 300~400번을 넘나들었다.
상당수 영업점이 문을 연다고 해도 여전히 입출금 등 기본적인 업무만 가능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어음할인,신용장개설 등의 업무가 안 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는 중소업체가 한둘이아니기 때문이다. 정밀기계 제조업체 A사 김모(32)씨는 "물품대금조로 받은 어음의 하린이 안돼 직원들 월급 지급이 며칠째 미뤄지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자금 하루1兆 '썰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과 주택은행은 26일 하루동안 저축성예금에서만 각각 9,600억원과 4,2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날도 두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자금이탈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두 은행 파업기간 동안 한빛, 조흥 등 타은행의 수신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자금 이탈 외에도 두 은행이 파업으로 인해 입고 있는 유.무형의 손실은 엄청나다. 신용카드와 수입신용장 결제 및 공과금 수납등의 수수료 수입, 타은행 자동화기기를 통한 거래에 대한 수수료 대지급 비용등은 가장 기본적인 손실.
이미 두 은행 경영진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하는데다 대고객 이미지마저도 크게 추락했다.
너무 급박하게 합병 발표를 하다보니 합병비율, 존속법인 등의 문제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도 적지않은 타격이다.
시중은행 한임원은 "정상영업이 된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불만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합병은행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손실 만회, 조직 융화 등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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