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 기자들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반성' '죄송'이라는 말을 10번도 더 썼다. 엄동설한에 고통받는 서민, 근로자들, 중소기업등을 열거하며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밤잠을 설쳤다"는 소회도 털어놓았다.김 대통령은 민심 이반을 가져온 경제난의 원인으로 고유가, 미국 경기 침체, 방심 등을 열거하면서도 "이런 모든 원인에 앞서 대비책을 제대로 못 세운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 역량으로 다시 노력하면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결의를 밝힌다"는 희망으로 인사말을 마쳤다.
-국정쇄신 방안의 내용은. 야당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 거국 내각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형식으로 밝힐 지 생각 중이다. 구체적 내용은 새해에 밝히겠다."
-최근의 민심이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주가 폭락, 실업 등으로 국민생활이 어려워졌고 사업, 장사도 안되고.. 이런 일이 비판적 민심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또 정치 혼란도 국민에게 실망을 많이 주었다. 특히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국민비판의 원인이다."
-여야 영수회담과 DJP 회동, 정계개편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내년 초 서로 편리한 시간에 만나겠다."
-개각의 일정과 폭, 정치인의 입각 여부는.
"지금 금융구조조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매일 개각 얘기가 언론에 나니까 일하는 사람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없다.
장수를 자꾸 교체한다고 하면 전투를 할 수 없다. 필요할 때 개각을 하겠지만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 금융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개각을 하건, 못하건 소용없다. 개각 보도를 유보해 주면 감사하겠다."
-구조조정의 진전 상황을 점수로 계산한다면 몇 점 정도인가.
"구조조정의 방향은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속도나 역점에 문제가 있었다. 작년 전반기 외국에서 우리에게 강도높은 개혁을 충고했는데 국내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외환위기 극복에 낙관한 것이다. 그 충고가 옳았다. 그러나 외국에서 우리에게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라고 얘기하지만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국내외의 비판에 귀 기울여 내년 하반기 경제가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킬 경기활성화 대책이 있는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투자한 만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세액공제를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실시하겠다.
연구개발, 부품소재산업 투자, 정보ㆍ생물산업 투자에 대해 세제상, 금융상 인센티브를 주겠다. 건설업 부양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주택재개발, 노후불량주택 개선사업을 확대하겠다. 임대주택 5만호 건설계획외에 5만호를 추가로 건설하겠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경제에 대한 신뢰심, 심리를 되살려내야 하겠다. 경제현실에 대해 너무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어렵다고만 보도하면 말이 씨가 돼 더 어려워진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클린턴 방북문제는 큰 관심사다. 현재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당선자도 대북정책에 있어 한ㆍ미 공조, 한ㆍ미ㆍ일 공조의 원칙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부시 당선자를 만나 한반도 정책을 논의하겠다."
-이달 초로 예정된 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이 연기됐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답방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지.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 김 위원장이 방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해 들어 북과 논의해 일정을 잡겠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비롯, 동교동계가 2선으로 후퇴했다. 가까운 시일에 권 전 최고위원을 만날 것인지.
"그 분들이 당의 어떤 위치에 있건 나라와 당, 그리고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는 데 대해 감사한다. 참으로 좋은 동지들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같이 감옥에 가고 여러 고초를 겪은 동지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지금도 깊이 간직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과는 가까운 시일내에 만나 좋은 의견도 듣고 격려도 할 생각이다."
-국민 화합을 위한 구상은.
"인정받건 못받건 정부는 많이 노력했다. 정치권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언론도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에 대해 준엄한 비판을 해야 한다. 대통령도 반성하고 개선에 노력할 테니 언론도 여건 야건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정치인을 비판해달라.
대통령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하며 큰 결심을 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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