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자 한국일보의 '동해 석호가 죽어간다'는 기획 취재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동해의 석호는 어느 곳 하나 연안생물의 산란 및 성육장이라는 원래의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 없다.청초호는 93년 이후 유원지 개발, 99년 강원관광엑스포 개최지 부지조성을 목적으로 공유수면 25만여평을 매립하는 바람에 호수의 3분의 1가량이 사라졌으며 항만개발로 전국항만 중 오염도 1위를 기록한지 이미 오래다.
둘레가 8km에 달하는 영랑호는 주변이 각종 위락시설에 포위돼 거대한 유원지로 전락했다. 79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영랑호는 전어 멸치 황어 숭어 잉어 붕어 가물치 농어 학꽁치 등 담수종과 해양종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는 호수 내 가두리양식을 위해 해수유입이 차단돼 어느 정도 오염된 곳에서도 살 수 있는 붕어 잉어만 서식하고 있다.
경포호는 70년대 이후 유원지 개발로 크기가 절반인 26만여평으로 축소 됐고 수질도 주변의 상가 및 생활하수 및 농축산 폐수로 인해 계속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호는 80년대 초까지 철새도래지 및 낚시 명소로 각광을 받아왔던 곳이나 그 후 20년 이상 규사채취로 원형이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생활하수, 축산폐수로 현재 수질이 3급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 호수의 기능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고성군의 화진포호, 송지호, 광포호도 지난해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분석한 수질분석 자료에 의하면 화진포의 경우 연초 4등급 수준에서 연말 5등급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송지호 역시 연초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의 세가지 이유로 석호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동해의 석호가 생태계의 종다양성과 서식지 다양성을 증진시켜 동해 연안 수산생물을 풍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담수호로 유지할 경우 수질이 쉽게 악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수와 담수가 섞인 기수호(汽水湖)상태로 복원, 유지하는 것이 환경보존차원에서 유리하다. 셋째 독특한 기수 수서생태를 가지고 있어 자연학습장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양생물의 다양성은 바닷가 어민 수와 비례한다. 바닷가에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다양한 영양을 공급하는 수산생물이다.
동해 연안의 석호가 사라지면 연안의 많은 수산생물이 사라져갈 것이고 아마도 우리를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유재명ㆍ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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