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다." 연초에 실시될 민주당 원내총무 경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나오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늘 겪는 일이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를 둘러싼 '김심(金心)론'이 이번에도 발단이 됐다.사무총장 등 후속 당직 인선을 발표했을 때 난데 없이 이상수(李相洙ㆍ3선) 의원이 총무 직무대행으로 임명됐으나 발표 과정에서 유보됐다는 설이 흘러 나왔다.
16대 국회 개원과 함께 실시된 총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이 의원측으로선 뛸 듯이 기뻐할 만한 일이다. '김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선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민주당으로선 오점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김심'을 업기 위한 유치한 발상이 비난 받아야 한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 대통령 또는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특정인을 지원하기 위해 자유 경선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 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들려 오는 '추대론'은 더 실망스럽다. 추대론은 김덕규(金德圭)ㆍ김충조(金忠兆) 의원 등 자천타천으로 총무 물망에 오르는 4선 의원들쪽에서 주로 나온다.
"어떻게 재선, 3선급 후배들하고 함께 싸울 수가 있겠느냐" "사전 조정을 거쳐 추대를 해 준다면 열심히 해 보겠다" "경선에 뛰어들 마음은 없지만 추대라면 생각해 보겠다" 는 것 등이 추대론의 요지다.
이쯤 되면 자신이 확고한 뜻을 세우고 당당히 정견을 밝혀 지지를 호소한 뒤 결과에 승복하는 민주적 원칙과 정신은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은 총무경선에서부터 '민주'를 되찾아 와야 한다.
고태성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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