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의 이재명에 이어 오늘도 테러리스트 얘기다. 이재명 의사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테러리스트도 우리에게는 당연히 자유의 투사이고 민족해방의 전사(戰士)이며 순국선열(殉國先烈)이다.1926년 12월28일 의열단 단원 나석주(羅錫疇)가 서울 명치정(明治町:지금의 명동)에 있던 동양척식 주식회사(동척)의 직원들을 사살하고 건물에 폭탄을 던졌다.
이것을 흔히 동척폭탄사건, 정식으로는 동양척식 주식회사 폭탄투척 의거라고 한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석주의 이 날 거사(擧事)는 동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동척에 가기 전에 식산은행(殖産銀行)에 폭탄을 던져 일본인들을 죽였고 동척에 폭탄을 던진 뒤에는 다시 조선철도회사에 가서 일본인들을 저격했다.
그는 몸을 피하면서 자신을 추격하는 경찰과 접전을 벌여 일본인 경부 다바타 등을 사살한 뒤 자신도 권총으로 자살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이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1908년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립한 식민지 착취기관이다. 이 회사는 일제가 영국의 동인도 회사를 본떠 만든 것으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지배 아래 놓인 독점적 특수회사다.
20년대 이후 동척의 착취 범위는 중국과 남아시아로 확대됐지만 그 사업의 중심은 여전히 조선 농업에 대한 수탈이었다.
나석주 의사는 황해도 재령 출신이다. 23세때 중국의 북간도로 망명한 뒤 74년 전 오늘 짧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오직 항일(抗日)의 한길을 따라 매진했다.
3ㆍ1운동 후에 국내에서 군자금을 모아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내는 등 '점잖은' 공작에도 간여했지만 그는 식민주의자들을 직접적으로 응징하는 데 더 뛰어났다. 해방 조국은 이런 항일 운동가들의 열혈로 이뤄진 것이다.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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