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6일로 예정된 태국 총선에서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던 억만장자 탁신 시나왓(51ㆍ사진) 타이 락 타이당(TRTㆍ태국사랑당) 당수가 26일 국가부패방지위원회(NCCC)로부터 재산신고 누락 판정을 받아 정국이 극도로 혼미해졌다.NCCC는 탁신이 1997년 부총리 취임 당시 가정부, 운전사 등 고용인 명의로 이전한 시가 6억 바트(약 180억여원) 상당의 주식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고의로 누락시켜 재산을 은폐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헌법재판소에 기소했다.
헌법재판소가 유죄판결을 내릴 경우 탁신은 5년간 공직 취임이 금지돼 TRT가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총리가 될 수 없다.
정보통신 재벌로 재력을 이용해 단기간에 최고 인기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탁신은 이에 대해 "6억 바트는 당시 전체 재산의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숨길 필요도 없었다"고 강변했으나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탁신의 재산은 이미 1997년에 20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탁신이 흠집이 나면서 누가 차기 총리가 될 지 더욱 불투명해졌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리는 데는 몇 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 사건은 현재 선거전에서 독주하고 있는 TRT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TRT는 최다 의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근소한 차로 제1당이 되더라도 연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 이 경우 추안 릭파이 현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도 있으며 다른 군소정당 당수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어부지리로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탁신이 일단 총리로 취임했다가 헌법재판소의 유죄판결로 사임할 경우 제2차 연정구성을 위한 합종연횡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찰관료 출신으로 사업을 통해 입신한 탁신이 1998년 창당, 2년 만에 현역의원 100여명을 영입하고 170만 당원을 확보하며 세를 늘려온 TRT는 얼마전 여론조사에서 하원 500석 중 180석을 차지, 125석의 집권 민주당을 압도할 전망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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