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모아온 재산을 이제 어디서 찾습니까."한햇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주식시장이 26일 폐장했지만, 객장마다 차마 자리를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한숨이 가득했다.
연초 호황장세와 비교할 때 올 한해 개인투자자들이 날린 돈은 단순계산하더라도 무려 120조원. 장외시장이나 주식형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등까지 합치면 150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증권업계의 추산이다.
개인투자자(760여만 계좌) 한명당 200여만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주식시장의 붕괴로 개미경제는 철저하게 허물어졌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평생 저축한 돈 5억여원을 주식으로 날렸다는 공무원 K(52)씨.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거래소 종목에 5억원을 넣었지만 1년만에 10분의 1토막으로 줄어 버렸어요. 퇴직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앞날이 막막합니다."
금융업체 직원 김모(32)씨는 "결혼자금 5,000만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고스란히 날렸다"며 "전세값도 못구해 은행빚을 얻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식투자로 집을 날리거나 가정불화를 겪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며 이혼, 실직, 가출, 정신불안증세 등 후유증도 심각한 상태다.
전 은행직원 김모(36ㆍ인천 남동구 구월동)씨는 "아파트를 처분한 돈으로 투자를 하다 1억원 이상을 날렸지만 은행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며 "보험외판원으로 나선 아내와 자식 볼 면목도 없어 죽고싶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이버 공간에는 정부의 벤처띄우기와 코스닥 주가조작에 대한 성토와 자조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돈께나 있는 자들은 주가조작으로 개미들의 돈을 쓸어갔다." "은행에 공적자금을 수십조원이나 집어넣더니 이번엔 감자(減資)냐."
"주식투자 1년에 남은 것은 '4분의 1 토막'난 계좌와 신경통, 대장염 진단서 뿐." "다 날리고 이젠 떠날 노잣돈도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하듯 이날 증권사 객장에서는 그 흔한 폐장 행사나 고객사은행사 하나 없었다.
대신증권 영동지점 투자상담사 오태훈(28)씨는 "고객들 상당수가 원금의 70~80%를 날렸고 20분의 1 토막난 사람들도 있다"며 "정부를 성토하거나 항의나 하소연, 울화병을 호소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럴 힘조차 잃어버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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