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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년 / (3)추락한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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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년 / (3)추락한 세계경제

입력
200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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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 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상징했던 인터넷의 광풍은 정확히 1년만에 얼음장으로 변했다.3월 9일 나스닥 지수가 5,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때 그 기세는 다우지수라도 따라잡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22일 나스닥 지수는 2,517.02 포인트로 끝났다. 올들어 38.14% 하락률, 29년 나스닥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85.6%의 상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블룸버그 인터넷지수에 산정되는 280개 닷컴 기업의 시가총액은 3월 연중 최고치 2조 9,480억 달러에서 지난 달초에는 1조 7,550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경제' 의 환상은 '거품' 으로 바뀌었고, 구경제 역시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악화로 증시폭락을 부채질했다.

'투자확대→생산성향상→주가상승→투자확대'의 선순환 구조는 '주가하락→투자감소→생산성 둔화→주가하락'의 악순환 구조로 돌변했다.

미국뿐이 아니다.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日經)지수는 최근 21개월 만에 1만4,000선 밑으로 추락했고, 올 초 1만 포인트를 웃돌던 대만 증시의 자이첸(加權)지수도 5,000선이 무너졌다. 정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연줄주의' '도덕적 해이' '만성적 정치불안'으로 만신창이가 된 동남아 경제는 1997년 환란의 재판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질, 칠레를 제외한 남미는 사실상 경제가 붕괴, '생계형 엑소더스' 가 줄을 이었다. 4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아르헨티나에 긴급 투입됐다. 하반기 경제위기설이 나돌던 터키에는 75억 달러가 지원됐다.

출렁거렸던 국제 유가로 경기침체는 더욱 악화했다. 3월 배럴 당 30달러 선을 넘은 국제 유가는 9월 37달러 선을 돌파하며 1991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급등에 따른 소비위축 등의 영향으로 2ㆍ4분기 5.6%에 달했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3ㆍ4분기에는 2.2%로 곤두박질,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경기가 조정국면이라고 한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경기침체에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상반된 성명을 잇달아 내놓았다.

당초 '중립적 정책기조'가 예상됐던 19일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정책으로 급선회, 위기감을 불렀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유가상승과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세 둔화로 올4.4% 보다 낮은 3.8%로 내다봤다.

월가에서는 내년 첫 FOMC 회의(1월 30일)에서 금리인하가 확실할 것으로 보고 증시가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연착륙을 전제로 한 것이다. 10년 활황기를 거침없이 달려온 미국 경제가 어떤 숨고르기를 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더한 파란을 겪을 수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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