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첫 해의 증권시장이 어제 폐장했다. 대통령까지 행차했던 작년 폐장일과는 달리 올해는 아무런 공식행사 없이 초라하게 마감했다.연초 1,059에서 출발했던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으로, 266에서 시작해 한때 300에 육박했던 코스닥 지수는 50선으로 꺼졌으니 그야말로 처참한 추락이다. 양대 시장에 상장- 등록된 기업들의 시장가치(시가총액)는 올 한해 동안 230조원이나 줄었다.
올 증시의 최대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벤처 열기와 함께 증시에 대거 몰려들었고 그만큼 피해가 컸다. 이른바 개미군단이 올해 주식으로 날린 돈이 10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국민 가계에 주름살이 이만저만 아니다.
증시 위축으로 기업과 국가경영 전략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각 부문의 구조조정이 올 스톱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은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비틀려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고, 은행주 하락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전망은 더욱 캄캄해 졌다. 한마디로 올해 증시는 기업의 직접금융시장과 개인의 건전한 투자처라는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올 증시의 파국은 기본적으로 경제 불안에서 비롯됐다. 상반기까지 벤처 열풍 등 호황으로 주식시장이 달아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이 같은 투자심리 냉각에는 원칙없이 오락가락한 4대부문 개혁 부진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증시 위축의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할 것이다.
투자자 등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자업자득 측면도 크다. 올 시황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다. 세계화로 인해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가항력적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주가 부침(浮沈)이 가장 심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아직도 주식시장이 건강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인 것이다.
그 원인은 관리감독체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시스템의 낙후, 수급조절의 불일치, 주식발행주체인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 투자자들의 투자윤리 부재 등 전근대적인 시장토양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제난속에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게이트'등 안팎의 부정과 비리의 연발은 그러한 시장환경 미비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적 개선없이는 우리 주식시장은 내년 설령 경기가 좋아진다 해도 '대박의 경연장'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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