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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갑지 않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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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갑지 않은 선물

입력
200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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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에만 합의됐어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뻔 했다"26일 새벽 1시,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회의가 시작될 때 한 여당 의원이 던진 말이다.

새해 예산안 심의 한달 만에 최종 수정안에 합의한 여야 의원들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여야 간사가 25일 밤 머리를 맞대고 새해 예산안의 세부 항목 삭감ㆍ증액 규모에 합의한 직후였다.

여당 의원의 '선물론'에 야당 의원은 "여행 갔다 오다 보면 선물이 늦게 도착하는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고요한 밤에 옥동자를 낳았다" "최후의 만찬이 아니라 최후의 수정안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잠도 못자면서 보람있는 일을 했다" 등의 자화자찬이 뒤를 이었다.

며칠전 예산 문제로 몸싸움 직전까지 갔던 여야 의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 잔치'를 벌이는 배경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의원이 "여야가 서로 짜고 나눠 먹은 것이다.

사회간접자본 증액 내역 등을 잘 살펴보라"고 고백했다. 막판에 9,101억원이 증액된 사회간접자본 투자 내역을 보니 영남ㆍ호남ㆍ충청권의 고속도로ㆍ철도ㆍ항만 건설 등에 필요한 예산 증액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그동안 밤늦게 실랑이를 벌이며 '고생'해온 여야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사업이 특히 많았다.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까지 넘기면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한 끝에 나온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냐"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예결위원은 "여야가 예비비를 9,463억원 줄이는 대신 내년에 이를 보충하기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미리 합의한 것는 눈가리고 아웅식"이라고 실토했다.

새벽 2시30분, 회의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보자기에 싸들고 귀가하는 의원들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지역구 선심용 선물을 챙긴 게 뿌듯한 표정이었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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