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시험과 입학전형에서 변별력을 잃은 시험과 점수 인플레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수능이 변별력이 없다면 다른 평가방법이 필요한데 교육부는 대학들이 필답고사를 치르지 못하게 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놓았다.과거의 학력위주 입시경쟁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이런 관치 교육정책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당연하다. 급기야는 어둡게만 보이는 한국 교육현실을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조기유학과 이민에 나서고 있다.
최근 TV토론회에서 어떤 교수는 저소득층 자식들도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쉬운 수능'과 '특별전형제'나 '추천제 전형'을 확대하여 대학서열화를 없애야만 대학과 개인의 평등사회를 이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어디 선진국에는 대학서열이 없는가. 이는 사회현실을 간과한 채 단지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발상에 집착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외방지를 목적으로 한 현 입시제도 실시 후 한 과목에 한정된 특기자가 인기학과에 들어갈 수 있게 돼 학생들은 초중고교를 가릴 것 없이 학과공부 외에 토플, 컴퓨터 경시대회 등에 대비한 새로운 과외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대학서열화 구조도 여전하다. 지금도 일류대에는 수능성적 상위권 학생과 뛰어난 특기생 만이 지원한다.
달라진 것은 수능점수 만점 받고도 일류대학에 100%입학할 수 없다는 점뿐이다.
부작용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특별전형제가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특례입학자 중 40%가 수상경력이나 특기와는 무관한 학과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입학생들이 서로 다른 특별전형요건에 의해서 선발되었기 때문에 성적이 하향평준화했다. 서울대의 세계적 수준은 겨우 723등이다. 더 이상 대학수준이 떨어진다면 우리 나라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또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둘째, 특별전형제는 또 하나의 입시부정비리를 낳을 수 있다. 120여개에 이르는 대학경시대회와 각종 올림피아드 대회 입상자들, '학교장 추천제'와 입시전형에 특기적성 자료로 내놓은 뻥튀기한 성적과 상장은 과연 믿을 만한가. 교육부는 개혁정책 내놓기에만 급급하여 중요한 감사기능은 등한시하고 있다.
새로운 대입제도는 도리어 대학교육의 질을 낮추고 입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과외비와 해외유학비 등 사교육비를 제도권 안에 끌어들여 고투자 고효율의 수준높은 대학건설을 생각해 볼 때이다.
김봉걸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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