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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문화계 10대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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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문화계 10대 News

입력
200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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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도 빅뉴스가 많았던 2000년 문화계였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남북교류의 물결이 문화계에도 이어졌고 영화계 미술계 출판계에는 블록버스터, 밀리언셀러라는 단어가 한해를 풍미했다.서태지가 돌아와 왕년의 인기를 다시 입증했으며, 황순원 서정주씨의 타계는 새 세기 한국문학의 획을 긋는 비보였다. 장르별로 주요 뉴스를 되돌아 본다.

[문학] 황순원, 서정주 타계

한국 문단은 2000년에 황순원(黃順元)과 서정주(徐廷柱)라는 두 큰 별을 잃었다. 9월14일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타계한데 이어, 12월24일 서정주 시인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1915년생으로 동갑이다.

일제강점시대와 6ㆍ25전쟁, 근대화 등 현대사를 관통해 '소나기' '국화 옆에서' 등 주옥 같은 명작으로 각각 소설과 시에서 우리 문학과 정신세계를 이끌어 왔다.

"소설가는 소설로써만 말할뿐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는 올곧은 정신을 보여 문인의 정신적 귀감이 되었던 황순원 선생, 토속적이고 아름다운 모국어를 일궈내 한국시의 영역을 한 차원 높인 서정주 선생, 두 사람의 타계로 한국문학은 획을 긋게 됐다.

[미술] 미술계 블록버스터 바람

올해 미술계는 블록버스터 전시회라는 말이 나올만큼, 수십억대를 투자한 초대형 해외미술전이 많았으며 관객들도 많이 몰렸다.

IMF사태로 미루었던 해외미술전이 봇물을 이루면서 9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세계적인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회에는 20만 7,000명이라는 경이적인 인파가 몰렸다.

또 10월말 덕수궁 미술관에서 개막한 '인상파와 근대미술전' 에는 12월말 현재 12만 5,000명이 찾았다. 미술관측은 전시가 끝나는 2월 말까지 30만명 돌파는 무난하며, 미술품만 다운 단일 전시회로는 최대관람인파의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 같은 곳에서 열렸던 '러시아 천년의삶과 예술'전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서울 관람객만 13만 5,000명이 넘었으며 현재 지방 순회 전시중이다. 호암 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 백남준전(7월~10월)에도 13만 2,000명이 몰렸다.

[문화계] 남북문화교류 봇물

남북 문화교류에 봇물이 터진 한 해였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높아진 화해의 기운이 문화계 전분야로 확산됐다.

5월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의 분단 후 첫 서울 공연에 이어 8월에는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남측 KBS교향악단과 첫 합동공연을 가져 무대 위의 통일을 보여주면서 북한 예술과 기예의 수준을 과시해 충격을 던졌다.

북한 화가 16명의 유작전이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북한을 알려는 노력은 북한 관련 서적의 출간 러시로 나타났다.

영화계도 11월 임권택 문성근 강우석 등 영화계 인사 11명이 분단 후 처음으로 방북, '단적비연수' '리베라 메' 등 최신작을 포함한 우리 영화 20여편의 비디오 테이프를 전달했으며, 판문점 남북 병사들의 눈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조명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방송 쪽의 대북 교류는 더욱 두드러져 북한 현지 생방송이라는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이뤄졌다. 6월 남북정상회담의 평양 생방송을 시작으로 북한이 제작한 '지금 고향에선'이 KBS 전파를 탔고, KBS는 백두산에서 SBS는 평양에서 각각 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이 체계나 일관성이 결여된 채 중구난방 또는 일회성으로 진행된것은 앞으로 남북 교류가 바른 자리를 잡으려면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가요] 서태지 4년여만에 컴백

4년 7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가요계에 복귀한 서태지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은퇴 번복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핌프록이라는 장르로 '아이돌 그룹'과의 분명한 경계선을 지으며 아티스트로의 지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컴백은 댄스와 발라드 일색의 가요시장에서 실력있는 록그룹이나 인디음악의 입지를 넓히는 데도 공헌했다.

서태지는 사전녹화, 스페셜코너 요구 등 방송제작에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킴으로써 그간 일방적이었던 가수와 제작진과의 관계에 획기적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또 수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던 그의 팬들은 지난달 서태지 관련 리포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SBS '한밤의 TV연예'광고주에게 압력을 넣어 해당 프로그램에서 광고를 철수시키는 등 팬덤 이상의 영향력을 과시하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태지는 MBC '컴백스페셜-서태지'(9월 12일 방송)를 제외한 일체의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음으로써 '콘서트로 팬들과 직접 만남을 갖겠다'는 약속을 비교적 충실히 지키고 있다.

[문화계] 밀리언셀러 4종 등장

밀리언 셀러가 4종이나 탄생했다. '해리 포터'시리즈(문학수첩 발행)가 300만 부,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 발행)가 130만 부, '가시고기'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 발행)가 각각 100만 부씩 팔렸다. 이로써 올해 초 전자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근거로 종이 책이 악전고투할 것이라던 전망은 무색해졌다.

특히 '해리 포터'의 제4부 '불의 잔'은 미국에서만 하루에 초판 380만부가 팔림으로써 전세계적인 '종이 책 부활'을 이끌었다.

'영어공부.'는 세계화 시대의 생존 수단으로서 더욱 중요해진 영어에 대한 관심, '가시고기'와 '부자 아빠.'는 경기 침체로 인해 급격히 변화한 아버지의 위상 때문에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같은 밀리언 셀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해리 포터'시리즈는 순전히 해외 이벤트와 홍보에 힘입은 부산물이며, '가시고기'는 대중의 보편적 감정만을 겨냥한 대표적인 멜로드라마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4종씩이나 되는 밀리언 셀러의 등장으로 한국인은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이 생각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방송] 통합 방송법과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10년여를 끌어온 통합 방송법이 공포되고 위성방송사업자가 선정됐다. 3월 13일 공포된 통합 방송법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를 통합해 새로 출범한 방송위(위원장 김정기)에 대해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사업자등 인허가권, 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규제 강화, 방송 정책권 등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송위의 주요 방송정책 의결시 문화관광부와의 합의 항목을 넣음으로써 정부의 영향을 받게 한 것은 반개혁적인 요소로 지적됐다.

방송위의 19일 위성방송사업자 선정도 우리 방송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디지털위성(대표 강현두ㆍKDB)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은 위성방송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KDB는 내년 7월 74개 채널에 대해 시험방송을 한 뒤 10월부터 본방송을 할 예정이다.

신드롬 일으킨 '허준'

조선시대 명의 허준 일대기를 그린 MBC 드라마 '허준' 은 지난해 11월 21일 첫방송을 시작한 이래 4월 24일 시청률 63.5%를 기록해 '첫사랑'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에 이어 역대 시청률 4위에 오르는 등 6월 21일 종영때까지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허준 신드롬까지 초래했다.

'허준' 은 명의로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인데다 선악 대립구조를 바탕으로 사극으로는 예외적으로 템포를 빠르게 전개해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전광렬 황수정 이순재 임현식 박정숙 정혜선 등 주연과 조연의 연기 조화도 사극 돌풍의 한몫을 했다.

이 드라마는 허준 신드롬도 일으켰다. 동의보감과 허준 관련 서적이 200여종이 쏟아져 나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는가 하면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개선시켜 한의원이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또한 드라마에서 소개된 목초액등이 상품화하고 '잘자 내꿈꿔' '감축드리옵니다' 등 극중 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허준' 을 보지 않으면 청소년들 사이에 '왕따'가 됐고 4월의 총선에서는 허준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후보들이 난립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로 인해 학계에서 허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했고 사극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위 논쟁이 일었다. '허준' 의 주연 전광렬, 황수정과 조연 임현식 이순재 등은 밀려드는 광고 모델 섭외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23일부터 서울 KBS 88체육관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한 서태지는 오는 31일의 '2000 MBC 10대가수 가요제'에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콘서트 일정 때문에 시상식 참석을 고사하고 있다.

[영화] 분단 다룬 'JSA'돌풍

1999년 '쉬리'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때, 그 기록이 이토록 쉽게 도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명필름 제작)는 제작비 30억원으로 쉬리의 25억원보다 더 규모가 컸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은 다루기 어려운 '분단'에 더욱 젊은 시각으로 도전했으며,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드라마로 한국 영화의 맹점을 극복했다는 데 있다.

'공동.'의 관객은 주말까지 243만명으로 아직 '쉬리'의 기록(서울 244만8,399명)을 깨지는 못했다. 해를 넘겨서야 새 기록이 작성되겠지만 베를린영화제 본선진출 등 호재가 많아 기록이 어느 정도 차이를 두고 깨질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종교] 목사 세습문제제기

`올 초 충현교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대형교회 담임목사 세습에 따른 부작용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어 5월 광림교회에서도 담임목사권이 대물림되자 비판 여론이 교계 내외에서 물밀듯이 일어났다.

1970, 1980년대 급성장한 기독교계의 밑바탕에 깔린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의 부정적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놓고 기독교계가 한동안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주도한 세습반대운동은 결국 교회의 근본을 새삼 자각하게 만든 뜻깊은 내부 비판운동으로 평가되었다.

[문화재] 풍납토성 현장 파손

5월 13일 보존여부를 놓고 학계와 지역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발굴현장이 아파트 재개발 조합측에 이해 파손됐다.

이 곳은 백제의 성립시기를 기존 학설보다 2세기 이상 앞당기는 많은 유물이 출토됐었다. 우여곡절끝에 7월 24일 사적 제 11호로 지정, 보존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지역 주민의 보상문제, 문화재 보존의 재산권 침해 문제 등은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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