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개각에 대해 결정한 바도 없고, 누구에게 얘기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언급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지금 흘러나오는 개각 시기나 폭 등이 전망이자 입각 희망자들의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개각을 언급 한 것은 공직사회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금융구조조정 등을 본격 추진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언론의 '1월 개각' 보도가 내각을 뒤숭숭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25일 저녁 조간 신문 가판의 개각 보도를 봤을 때도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한 고위관계자에 "내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개각 시기가 보도되느냐"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한광옥 비서실장도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무 말을 하지 않는데 누가 언론에 개각 시기를 얘기하느냐"면서 "모두 말을 아끼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언급이 "결정한 바 없다"는 원론이지, "1월에 안 한다"는 단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조기개각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도 여권 내에는 "개각을 하려면 빨리 하는 게 공직사회의 전열 정비에 도움이 된다"는 건의가 많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김 대통령의 언급을 1월 개각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은 언론이 개각에 너무 민감해 앞서가는 기사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자 자중해 달라는 당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강한 발언을 계기로 한 때 밀려났던 '2월 개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진 념 재경부 장관 등 현 경제팀이 나름대로 추진력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분위기를 쇄신한다고 장관들을 자주 교체하면 업무추진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일단 현 재경ㆍ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고 개각은 2월말 이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전망들이 국정쇄신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도 내각의 안정과 국정쇄신의 흐름 사이에서 개각 시기와 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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