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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개혁세력 정권 완전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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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개혁세력 정권 완전장악

입력
2000.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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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르비아 총선에서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연방 대통령이 이끄는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 사회당(SPS)에 압승을 거둠으로써 밀로셰비치의 권력기반이 사실상 종식됐다.이날 DOS는 65%의 득표율로 세르비아 의회 250석 중 177석을 차지, 14% 득표에 38석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는 SPS에 압승을 거뒀다.

반면 밀로셰비치의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가 이끄는 유고 좌익당(JUL),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 급진당(SRS)이 참패하고, 1월 살해된 민병대 지도자 아르칸을 따르는 세르비아 통합당(SSJ)은 예상외의 성적을 올려 극우 민족주의가 양분되는 혼조양상을 보였다.

차기 세르비아 총리로 지명된 조란 진지치 당수는 25일 "다음달 15일까지 신 정부를 구성하고 새 의회는 7~8일 후에 첫 소집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연방 대통령에 이어 의회까지 DOS가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유고 연방의 개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9월 연방 권력교체에도 불구, 밀로셰비치의 추종 세력들이 그동안 정부, 의회, 사법부, 경찰 등 핵심 권력기관을 여전히 지배해 왔기 때문에 의석수 3분의 2이상을 장악한 DOS의 총선 승리는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한 개혁세력의 정권장악 완결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향후 정국의 가장 큰 관심은 밀로셰비치의 거취문제. DOS 소속의 보지다르 프렐레비치 세르비아 내무장관은 "밀로셰비치가 조사대상이며 2개월 내 기소될 지 모른다" 고 밝힌 바 있고, 진지치 당수도 총선 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예외없이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것" 을 강조해 밀로셰비치의 사법처리 방침이 구체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DOS가 밀로셰비치의 국제전범재판소 인도를 당론으로 거부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유엔과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DOS가 해결해야 할 첫 과제는 18개 야당으로 복잡하게 얽힌 연합세력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양대 세력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과 세르비아 민주당의 당수로 있는 진지치와 코슈투니차가 국정 현안에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총선 승리가 확정된 23일 밤 코슈투니차측이 베오그라드 시청에서 열린 DOS 축하행사에 불참, 독자적인 자축연을 가진 것은 권력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또 이슬람교도 밀집지역과 세르비아 북부지역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벌써부터 상당수준의 지방자치권을 요구, DOS의 개혁 작업에 걸림돌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서방정서를 갖고 있는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독립문제는 코슈투니차 정권의 가장 어려운 정치 시험대이다.

특히 코소보 지역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방측이 몬테네그로에 직ㆍ간접적 영향력을 갖고 있어 몬테네그로의 독립문제는 코소보 지역 알바니아계를 둘러싼 세르비아와 유엔과의 마찰과 얽혀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밀로셰비치의 무력응징 위협이 없어진 이상 자유롭게 독립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편한 상황이어서 코슈투니차 정권의 국내외 외교력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들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세르비아 차기총리 진지치

세르비아 공화국 차기 총리 조란 진지치(46)는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연방 대통령의 온건적이고 지적인 성향과 대조를 이루는 인물이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었던 그는 연합 야당세력인 민주당 당수이면서 대권도전을 양보, 코슈투니차가 집권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은발의 훤칠한 키에 단아한 차림에다 말솜씨가 유연한 그는 지지자와 반대파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10년 이상의 철권통치가 횡행한 세르비아의 독재 이미지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서구 스타일의 이상적 지도자라는 찬사가 있는 반면, "권력에 굶주린 기회주의자" 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이 한창일 때 신변의 위협을 이유로 두 달간 몬테네그로에서 피신 생활을 한 전력은 두고두고 반대파들의 표적이 돼 왔다.

현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공화국인 보산스키의 사마츠에서 태어난 진지치는 베오그라드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아버지가 유고 연방 육군 장교였음에도 1970년대 크로아티아 및 슬로베니아 출신 반체제 학생들과 반공운동을 주도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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