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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 / (2) 세계화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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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 / (2) 세계화의 명암

입력
2000.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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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방콕, 워싱턴, 하노버, 오키나와(沖繩), 멜버른, 프라하, 서울, 니스..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세계 경제기구들과 선진국 각 도시들은 올 한해 예외없는 몸살을 앓았다.

각종 회의가 열릴 때 마다 그 도시들에서는 반(反)세계화를 외치는 비정부기구(NGO)들의 거센 항의시위를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MFㆍIBRD 연차 총회는 각국 350여 개 단체, 1만 2,000여명이 벌인 시위 때문에 하루 앞당겨 폐막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을 무산시킴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반세계화 시위는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을 필두로, 2월 방콕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 4월 워싱턴 IMFㆍIBRD 연차총회, 6월 하노버 엑스포, 7월 오키나와 선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9월 멜버른 WEF와 12월 니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행사 마다 어김없이 위력을 과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가 "잘사는 나라는 더 잘 살게, 못사는 나라는 더욱 못살게 만든다"는 NGO들의 주장이 제 3세계와 선진국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지구촌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시위대의 단골 구호인 'IMF 폐쇄' 등 다소 과격한 주장도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지나칠 수 없는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별다른 구심체가 없으면서도 반세계화 시위대가 선진국과 국제기구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등장한 데는 인터넷의 힘이 컸다. 세계를 동시에 이어주는 전자우편은 이들을 한데 묶어주고 행동강령을 전해주는 무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시위의 과격성이나 지도부 부재, 혹은 시위대 내부 견해차 등 때문에 이 운동이 세계화의 큰 흐름을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세계화 세력들은 다국적 NGO들이 참여하는 수 차례의 시위를 통해 거대한 반세계화 블록을 구축해 빈부격차와 고용불안의 심화, 인권과 환경의 파괴를 낳는 신자유주의의 오류와 금융 기구들의 부당한 정책결정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 3세계 빈국들에게 부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변해온 '세계화 3대 기구'도 이 같은 반세계화 세력의 시위와 압력으로 점차 개혁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울펜손 IBRD 총재는 9월 프라하 총회에서 "오늘날 세계는 20%가 생산의 80%를 지배한다"는 이른바 '20/80론'을 수용한 뒤 NGO 출신 전문가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했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도 제 3세계에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구조조정 향상기구를 빈곤감축 및 성장기구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세계화가 미국의 상업적 제국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개도국을 옹호, 선진국들의 견제를 받고 있기도 하다.

불가피한 대세로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으로 여겨진 세계화는 "평등이 보장되지 않은 일방적인 발전은 무의미하다"는 대항 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양측의 갈등은 해가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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