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속어로 주옥같은 시를 썼던 미당 서정주 시인이 2000년의 마지막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미당의 부음을 전하는 신문기사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아름다운 시어로 엮어놓은 시'와 현대문학의 주춧돌을 놓았던 그의 일생을 소개하면서 타계를 아쉬워했다.
미당의 시는 여러 세계를 넘나들었다. 암담한 시대를 마주했던 젊은이의 피가 끓어오르다가 한국의 전통 가락과 한의 세계를 다듬기도 했고,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면서 불교의 세계관에 접근해갔다.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소박한 개인의 삶을 신화로 채색하기도 했다. 그의 영혼을 거쳐 나온 시어는 초가집과 오솔길로 연상되는 한국의 정서였다.
김동리 박두진 황순원에 이어 미당이 떠남으로써 우리는 현대문학의 대가들이 세월에 밀려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이제 그들의 문학이 갖는 의미를 캐어내야 하는 별자리로 변했다.
시인은 사회에 무한 책임을 지는 존재다. 정신생활에서 갖는 비중이 그렇게 크다. 또한 시인은 시대에 앞선 절규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미당에겐 그의 문학적 공로에 못지 않은 인간적인 과오도 있었다. 일제에 협력한 사실과 5공 권력주변을 맴돈 사실이 지적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큰 시인의 타계는 사회적 손실이다. 하지만 문학계의 거목은 수많은 후계자를 양산하는 거름이 된다. 미당의 한국 정서와 아름다운 시어가 어디서든 넘쳐나길 기대한다.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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