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영수(金榮守ㆍ38)씨는 '지리산' 을 믿는다. "한때 사이비종교에 빠졌던 나를 지리산이 살려서 가수로 되돌려놓았다." 이 때문에 그는 지리산을살리는 데 열심이다.올 초부터 인터넷 다음까페에서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이번 달에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리산 계곡으로 밀렵용 덫과 올무를 제거하는 산행을 다녀왔다.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이승철, 수와 진 등의 가수들과 지리산 보호를 위한 공연도 열고 인터넷에 흩어진 지리산 관련 사이트들도 통합할 계획이다.
김영수는 1986년 '이 어둠의 슬픔'이라는 곡으로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혼성 트리오 '도시의 그림자' 의 리더 출신. 당시 동의대 경영학과 4학년이던 김씨는 가요제 수상을 계기로 방송활동에 뛰어들었다. 음반도 펴냈다.
가요활동 때문에 서울서 자취하던 김씨는 88년말 사이비종교에 빠져 들었다. 외로운 그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었기 때문. 한번 빠져드니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전재산인 1,000만원을 기부하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친구들과도,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3,4년 동안 교주를 위해 음악을 편곡하고 전국공연도 다녔다. 95년 자신이 설립한 공연사가 신도들의 횡령으로 부도를 맞고서야 김씨는 그곳을 뛰쳐나왔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서야 사이비종교의 실체가 보였던 것이다.
정신적 공황에 빠져 1년간 방안에서 TV만 보고 살다가 김씨가 처음 찾아간 곳이 지리산이었다.
혼자 있으니 죽고싶다는 생각이 더 심했다. 15일 동안 지리산에서 고통을 대면하자 어느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것이 느껴졌다. 김씨는 "지리산에서 희생당한 생령들이 그를 살려주었다"고 믿고 있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가 않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다시 지리산을 찾으면 되었다.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있으면 바람소리, 물소리, 짐승소리에 사나흘 동안 밤새 뜬 눈으로 밤을 세울 정도로 무섭다.
며칠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칠흑 같은 밤 야생동물의 안광(眼光)과 10m 앞에 마주쳐도 겁나지 않는다."
김씨는 내년 초에는 첫 솔로앨범 '엑소더스'를 낸다. 사이비종교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심경을 주로 담은 곡들이지만 '길 위에 선 자는 멈추지않는다- 지리산' 도 들어있다. 그의 지리산 사랑은 이제 시작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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