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LG의 에릭 이버츠, 그는 농구팬들에게 가장 낯익은 외국인선수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96년 프랑스리그에 잠시 머문 것을 빼곤 줄곧 한국에서만 선수생활을 해왔다. 한국농구연맹(KBL)의 트라이아웃에 5번 모두 참가한 이유를 묻자 "프랑스에 있을 땐 마치 내가 미아 같았는데 한국에선 가족처럼 대해줘 운동하기 너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유일한 프로농구 원년 용병 이버츠는 한국에 흠뻑 빠져 있다. 작전타임 때 코칭스태프의 웬만한 지시내용은 통역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짧은 농구용어를 주고 받는 동료들끼리의 대화도 그는 잽싸게 알아챈다.
물론 3년째 한국코트를 누빈 경험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부지런히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좀 쌀쌀하면 그는 "추워"라는 말 앞에 꼭 "많이, 조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10개 구단의 팀 이름 정도는 한글로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에 경기일정표도 우리말로 된 거면 충분하다. 신문에 자신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는 것도 금새 알아차리고 통역에게 자세한 해석을 부탁한다.
경기시작 전 국민의례 때마다 이버츠가 입을 움직여 혹시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알고 보니 지난해부터 맛을 들인 홍삼캡슐을 열심히 씹고 있었던 것. "지난해 몸담았던 여수골드뱅크에서 선물로 받았던 것인데 먹고 나면 힘이 솟는 것같아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이버츠는 LG로 옮기면서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뗐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고도 재계약을 통보받지 못했던 그는 "그때는 실망도 컸고 화도 많이 났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요즘은 LG의 농구스타일에 흠뻑 빠져 있다. 김태환 감독을 보면 대학시절 감독 스티브 래파스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엄청난 훈련량을 토대로 빠른 공격과 기습적인 압박수비를 펼치는 경기스타일이 똑같단다. 또 코트 밖에서의 자상한 면모도 닮았다고 했다. 오프시즌에 조성원의 트레이드 소식을 이메일로 전해들은 그는 "멋진 트레이드다. 더 이상 그를 막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크게 반겼을 만큼 한국선수들의 장단점도 잘 알고 있다.
그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빼어난 슛성공률. 3점슛(53%) 2점슛(65%) 자유투(80%) 등 적중도 높은 공격으로 내외곽을 넘나든다. 비결을 묻자 "훈련"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내놓았다.
고교시절 센터로 뛴 그는 대학 때 슈팅가드로 자주 기용됐다. 이때부터 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3~4시간 훈련에 매달렸다. 이버츠의 꿈은 우선 팀을 챔프전에 진출시키는 것. 진짜 코리안드림을 이루는 길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이달 중순께 일주일정도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간 아내 미셸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프로필
포지션: 포워드, 센터
생년월일: 1974년3월31일
신체조건: 197㎝, 98㎏
출신학교: 빌라노바대학
가족관계: 4남 중 장남, 아내 미셸(결혼 22개월째)
최고의 한국선수: 부산기아의 김영만(슈팅과 드라이브인 능력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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