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ㆍ주택은행 파업으로 기업들이 연말 '금융 대혼란' 공포에 휩싸였다.25일 금융계와 재계에 따르면 두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해 온 중소 수출업체와 건설업체들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밀린 하도급 대금이나 수입 물품 대금을 결제키로 했던 기업들은 파업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ㆍ주택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은 5만여개로, 이미 23일부터 두 은행을 지급처로 발행했던 어음교환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여러 은행에 당좌계좌를 개설해 놓고 거래해왔기 때문에 이번 국민ㆍ 주택은행 파업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으나 두 은행의 자금을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활용키로 했던 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연말 수출 차질 우려
국민ㆍ주택은행의 수출입 관련 외환거래 실적은 하루 평균 5,800만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
무역금융 수요가 집중된 연말이지만 두 은행을 통해 신용장(L/C) 개설이나 수출환어음 할인 등 수출관련 업무를 펴 온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단일 거래은행을 가진 중소 수출업체들은 자칫 수출기한 지연에 따른 클레임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구로의 중소 전자부품업체인 A사 김모(42)사장은 "금융 경색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 온 상태인데 이번에는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 파업사태까지 발생, 넋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 연휴도 잊고 공장을 돌려 수출계약에 맞춰 선적은 했는데 수출환어음 할인이 안돼 추가 제조비용 등 공장가동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관련 자재를 수출하는 S테크의 관계자는 "연중 선적물량이 가장 많은 때가 12월"이라며 "당장 수출에는 지장이 없지만 파업이 연말까지 지속돼 연초 연휴로 이어질 경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수출계약을 맺은 뒤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구매 등 자금 지원시스템인 선적 전 무역금융도 원활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 중소 수출업체 자금담당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안면있는 창구 직원 등에게 장시간 사정을 해야 했는데 22일부터는 영업이 가능한 지점에 가더라도 아예 외면 당하거나 담당자가 없다"며 "적기 생산이 이뤄지지 못해 선적 기일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은행파업 직격탄
건설경기 침체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온 건설업체들은 주택금융의 핵심인 주택은행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휴일인 25일에도 경영진들이 출근해 파업동향을 살피는 등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들은 주택은행에서 관리하는 국민주택기금을 이용해 사업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아 은행측의 관련 업무가 마비되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임대아파트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주택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에 의지해 짓고 있다. D건설 이모 차장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주택기금에 기대고 있는 건설현장은 공사가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 가운데는 특히 주택은행으로부터 연말 대출을 약속받아 놓은 기업이 많아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중견업체인 H건설 관계자는 "최근 이들 은행을 통한 어음발행은 물론, 기본적인 입출금 업무마저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대출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연쇄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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