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의 원작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의 주제와 의미를 영상 언어로 부활시킨 KBS TV문학관 '다리가 있는 풍경' (박언희 극본, 이민홍 연출)이 27일 밤 11시에 방송된다.'다리가 .' 는 원작의 문학적 상상력이 절제된 영상미에 농축된 드라마이지만 원거리에서 촬영하는 롱테이크, 한 장면을 한 컷으로 처리하는 원신-원컷 등 영화적 기법을 동원해 마치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폭압적인 유신체제의 70년대를 배경으로 현실에 좌절한 지식인 아버지(하재영)와 어머니(이휘향),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연인(지수원)의 삼각 관계를 딸(도지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모성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했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문학적 은유를 영상에 담았다는 점이다. 화면 곳곳에 '다리'와 '미친 여자'의 모습을 배치해 세월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진실에 대한 성찰과 모성애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또한 빠른 화면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도 돋보인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 세대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산뜻한 화면구성으로 진부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성에 치우쳐 보편적인 드라마적 재미를 사장시킨 것은 안타까운 점으로 지적된다. 이민홍PD는 '요즘 소설들은 내러티브(서사)구조가 해체돼 드라마화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작품 제작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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