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직전 재단 설립을 통해 편법 증여하기, 회사 재산을 빼먹고 고의 부도내기, 부도낸 회사를 제3명의로 헐값에 다시 사들이기, 금융기관에 투입된 공적자금 빼먹기 등.숱한 직원과 그 가족들의 허리를 졸라매게 하고, 심지어 거리로까지 내몰고도 정작 기업주들은 온갖 파렴치한 방법으로 제 배를 불리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부터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법정관리 워크아웃 화의 중인 400여 기업에 대한 경영자료를 넘겨 받아 부실기업주 비리를 단속한 검찰 관계자는 "일부 부실기업주들의 도덕적 해이는 그야말로 극에 달한 상태"라고 혀를 내둘렀다.
■ 공적자금 빼먹기
A기업 대표는 금융기관 대출금 400억여원을 갚지 못하게 되자 부도 직전에 설립한 재단에 편법 증여하는 수법으로 200억여원을 가로챘고, B기업 대표도 1,200억여원에 이르는 금융 빚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부도 직전에 150억여원 상당의 회사 재산을 친ㆍ인척 명의로 돌려 놓았다가 적발됐다.
C기업 대표는 리스회사에서 무려 3,000여어원을 대출 받은 직후 고의 도산시킨 혐의로, 화의중인 ㈜의성실업 회장 정화영(66)씨도 리스자금 7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 횡령-고의 부도-헐값 재취득
㈜삼룡의 실질경영자 오상진(47)씨는 인건비 과다 계상 등의 수법으로 1억3,000여만원을 횡령, 회사가 부실해지자 고의 부도를 낸뒤 처남 등의 명의로 회사 공장용지를 헐값에 취득했다가 구속기소됐다. 오씨는 이런 수법으로 4개법인과 2개 개인기업을 운영해 왔다.
D기업 대표도 공장을 담보로 700억여원을 대출받고 고의부도를 낸뒤 친ㆍ인척 명의를 빌려 부실 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공장재산을 재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 회사재산 횡령 및 유용
뉴코아 그룹 김의철회장은 인건비 조작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50억원과 허위리스계약서를 작성해 대출받은 357억원을, 범양상선 유병무회장은 선박 운임 조작으로 조성한 3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법정관리인이 회사 재산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한신공영 법정관리인 은승기씨는 공사 대금을 부풀려 11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재개발조합장 등에게 뇌물로 뿌렸다. ㈜한미개발 대표 이정규(40)씨는 30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개인 부동산 매입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돈을 횡령해 먹는 수법은 양호한 편에 속할 정도"라며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큰 부실기업체중 비리 소지가 있는 기업은 기한을 두지 않고 끝까지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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