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어서 2000년은 특히 대외 문제에서 전향적 행보를 보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대남관계에 큰 획을 그었고, 북ㆍ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또한 북ㆍ중, 북ㆍ러 정상회담으로 기존 혈맹들과 협력관계를 다졌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 '10대 뉴스'에는 대외관계 뉴스가 주조를 이뤘다. 이와함께 가뭄과 태풍으로 식량생산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전력생산과 사회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내부 사정 역시 2001년 짚어 볼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①남북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분단 후 처음으로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만났다.
양국 정상은 6ㆍ15 남북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2차례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4차례의 장관급 회담, 1차례의 국방장관급 회담, 2차례의 경제실무접촉 등을 진행시켜 남북 화해협력을 가속화했다. 특히 8월15일과 11월30일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당위성을 온 민족에게 심어주었다.
②조명록-올브라이트 상호 방문
북한 2인자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10월9일 워싱턴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같은달 23일 평양을 방문, 양국정상의 친서를 교환하고 사실상 양국의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북한과 미국은 조 부위원장 방미를 통해 미사일 발사 유예, 적대관계 종식, 남북평화 보장 체계 수립 등을 북ㆍ미 공동코뮈니케에 담아 발표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으로 미 대통령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갔다.
③남쪽 비전향 장기수 송환
9월2일 남측으로부터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송환 받고 대대적 환영행사를 벌였다. 북은 장기수 전원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하고 이들을 위해 평양시 군중대회와 환영연회 등을 베풀었다.
남북정상회담 후 열린 1차 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른 송환에 대해 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시키는 호재로 활용했다. 남측에서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문제가 이슈화 했다.
④북중 정상회담과 대사관 상호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승계 후 최초로 5월29~31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비공식 방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방문 중 김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실정에 맞는 개혁 개방정책을 실시, 특색 있는 사회주의 건설에서 성과를 달성한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첨단산업시설을 둘러봤다.
⑤김정일-푸틴 정상회담
러시아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7월19일부터 이틀간 평양을 방문, 북ㆍ러 정상회담을 갖고 11개항으로 구성된 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침략을 당하거나 안전 위협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은 구 소련과 북한의 우호관계를 탈 냉전시대 맞게 조율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의 전역미사일 방위체계(TMD) 구축에 반대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⑥북한 식량 사정 악화
북한은 공식적으로 올해 140만톤의 곡물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생산량은 428만톤이었으나 올해에는 280여만톤으로 추정된다.
북한을 방문한 세계 식량 전문가들은 320만~340만톤의 식량 생산을 예측했고, 세계식량계획은 187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보았다.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60만톤, 일본으로부터 50만톤을 지원받을 예정이며, 나머지 부족분은 국제사회를 통해 메울 것으로 보인다.
⑦조선노동당 창건 55돌
올 한해 북한 주민들은 '당 창건 55돌을 빚내이자'라는 구호 아래 살았다. 1945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북조선분국이 창립된지 55주년이 됐다.
북한은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러나 예상됐던 당대회는 남북관계 등 주변정세 변화로 열리지 못했다. 북은 이번 당 창건일의 중요성을 감안, 남한 정당, 시민단체 인사들을 초청했고, 남측은 일부 사회 시민단체 인사들의 방북을 허용했다.
⑧경작지 확장 및 청년영웅도로 완공
북한은 지난해부터 식량난 해결을 위해 추진해온 토지정리사업을 올해 평안북도와 황해남도에서 꾸준히 벌여 평남에서 5만5,000정보, 황남에서는 2만5,000여 정보의 경지를 정리했다.
또 평양~남포 고속도로인 청년영웅도로(길이 40㎞, 폭 10차선) 공사를 완료, 수도권을 평양에서 남포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81만㎾ 규모의 안변청년발전소(일명 금강산댐) 2단계 공사를 마무리했다.
⑨서방 국가와의 잇단 국교 정상화
북한은 1월 G7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이탈리아와 수교한 것을 시작으로 서방국가들과 잇따라 국교를 정상화했다. 5월에는 호주, 7월에는 필리핀과 수교했다.
이어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에 참석한 백남순 외무상이 남한, 일본, 미국 등의 외무장관과 차례로 회담했다. 하반기에는 뉴질랜드, 캐나다와 수교협상을 했고, 10월 서울 ASEM을 계기로 유럽국가와 수교협상을 본격화, 12월 영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⑩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공동 입장
남북은 9월15일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해 세계인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코리아' 선수단 180명은 박정철(북한 유도 감독) 정은순(남한 여자농구 선수) 공동기수를 앞세운 채 200개 참가국 중 96번째로 입장했다. 공동입장은 시드니 현지에서 결정돼 더욱 극적으로 진행됐다.
분단국의 올림픽 공동입장은 통독 전 동독과 서독에 이어 2번째로 기록됐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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