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서울 은평구 갈현동)씨는 25일 오전9시 '크리스마스'라는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 눈썰매장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나섰다.밤새 눈이 내렸지만 강설량이 많지 않은 데다 서울시가 제설작업을 모두 마쳤다는 방송을 들은 터라 안심했던 것.
그러나 갈현동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이르는 시내 도로는 주요 간선도로를 빼면 거의 빙판길이나 다름 없었다.
이면도로, 응달이 진 곳, 곡선길 등에는 눈이 전혀 치워지지 않은 데다 간선도로에서 조차 1차로와 인도쪽 차로는 제설작업 당시 쌓아놓은 눈 때문에 곡예하 듯 운전해야 했다. 추돌ㆍ충돌사고로 멈춰 선 차들이 곳곳에서 목격돼 공포감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이날 김씨 가족이 눈썰매장에 도착한 시간은 낮12시께. 그러나 김씨는 돌아갈 길 걱정에 오후4시께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상당수 서울시 자치구 제설 시늉만 내
서울시와 경기도의 '겉?기식 제설'로 단 2.7㎝의 눈이 내린 수도권 도로가 꽁꽁 얼어붙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나들이에 나선 주민들은 하루종일 빙판길과 눈더미 사이에서 가슴을 졸여야 했고, 곳곳에서 '휴일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불만 가득찬 탄식이 쏟아졌다.
특히 서울시는 눈이 오기 시작한 24일 오후 10시30분부터 제설작업에 나서 25일 오전 8시 제설작업을 완료했다고 공식발표했으나, 상당수 자치구는 사실상 제설을 포기해 빙판길에서 혼쭐이 난 시민들의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현장 확인결과 자치구별로 동원인력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고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성북구의 경우 854명이 제설작업에 동원된 반면 관악구는 32명만이 투입됐다. 또 중랑구 34명, 중구 38명, 강남구가 79명만을 동원, 제설시늉만 냈다.
특히 강북구는 단 10명만이 제설에 나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강북구의 한 주민은 "추운 날씨에 눈이 내리는 데도 10명만이 동원됐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며 "도로 곳곳이 빙판을 이룬 까닭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일이라 직원 동원이 어려웠고 제설후 2차 결빙으로 어려움이 컸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곳곳 교통사고 '아찔'
경기도에서도 '크리스마스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경기도는 25일 제설차 23대와 3,000여명의 인력을 동원, 제설작업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지방도는 물론, 양재 4거리~분당, 과천~남태령 구간 등 주요간선도로 마저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않아 빙판길 운전자들이 곳곳에서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또 이날 오전까지 남한산성을 통과하는 308번 지방도 통행이 통제됐으며, 고양시 고양동~파주시 광탄고개, 파주시 보광사 고개 구간의 차량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