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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산위기 처한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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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산위기 처한 구조조정

입력
200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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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ㆍ주택은행이 합병을 선언하자 강력 반발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양 은행 노조원들의 농성장에는 공권력 투입설이 나돌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바쁜 연말에 두 은행 파업으로 여간 불편하지 않다. 당연히 돌아야 할 돈이 막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어 고객이나 기업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은행 구조조정 파문이 이 정도에서만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 같은 데에 문제가 있다.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금융 구조조정과 공기업 개혁은 물 건너 간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부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2일 노ㆍ정 합의로 평화ㆍ광주ㆍ경남ㆍ제주 등 4개 은행의 파업은 철회됐지만, 그 내용을 보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인력이나 조직개편 등 주요 부분에 있어 노조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고, 당초 일정도 8개월 가량 늦추기로 했다.

국민 세금으로 은행원들의 월급을 주고 점포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구조조정의 포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노ㆍ정 합의를 이루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 같은 경우는 한국통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통 노사협상은 파업 5일만에 타결됐지만, 구조조정과 민영화 부문 등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노조측과 사전협의토록 함으로써 '불씨'를 남겼다.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으로 인한 대형 은행 탄생이 곧 경쟁력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양측은 합병 원칙만 합의했을 뿐 아직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 너무 많다. 노ㆍ사ㆍ정이 함께 모여 지혜를 짜내도 부족할 판에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지 걱정이다.

우리 경제의 앞날이 걸린 구조조정이 이처럼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반복되는 원칙 없는 임기응변식 땜질이 사태를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모든 집단의 모든 요구를 모두 들어주려고 한 꼴이 됐다.

노조도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에 있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나친 근시안적 자세로 눈 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위치로 스스로를 몰고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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