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종이실의 꼬임, 자르고 누르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종이의 조형적 변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종이는 작업의 본질이었다.28일까지 서울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들의 종이작업' 전시회는 많은 예술가들이 특히 말년에 이르러 종이작업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현대 라틴미술의 대표하는 멕시코 작가 루피노 타마요(1899-1991)는 말년에 직접 종이를 만들면서까지 종이작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으며,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작가 헬렌 프랑켄탤러(72)는 오로지 색채와 빛으로 이루어진 그림작업을 통해 종이작업의 궁극적 특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미국의 색면추상화가 케네스 놀랜드(76), 팝아티스트 조지 시걸(76)은 종이에 의해 강조되는 색채의 미묘한 정감에 매료돼 있었다. 페미니즘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90)는 붉은 실을 뜨개용 바늘로 짜 만든 '크로셰'시리즈를 ,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69)는 게티센터 등 자신이 설계했던 각국의 미술관을 종이작업으로 단순화했다. 또 독일의 귄터 웨커(70)는 젖은 종이 위에 못을 놓고 이를 프레스 기계로 눌러 만든 '못자욱' 시리즈를 통해 종이의 조형성을 추구했다.
여러 가지 판화기법을 혼합하여 제작된 믹소그라피아의 세계를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박여숙화랑 개관 17주년 기념전이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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