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여부가 여전히 유동적이다. 미국 조야(朝野)의 반대가 많은 사정을 고려할 때,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 하다. 방북 추진과 더불어 임기 마지막 역점 사안인 중동 평화협상이 다시 부각되는 점으로 미뤄, 관심을 그 쪽으로 돌린 게 아닌가 싶다.클린턴 방북이 이렇게 무산된다면 분명 유감스런 일이다. 반대론을 추종하는 의견이 우리 내부에도 있지만, 미국과 우리의 외교 안보 이해가 같을 수는 없다. 미국 대통령의 사상 첫 방북이 갖는 상징성과 한반도 긴장완화 효과 등을 헤아린다면, 지레 부정적 영향이나 전제조건따위를 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방북이 실현되기를 여전히 기대한다.
클린턴이 임기 마지막을 치장하거나, 역사책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 방북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우리가 추종하는 것은 우습다. 그의 개인적 욕심이 무엇이든 간에, 평양을 방문해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 해소를 선언하는 업적을 남긴다면 우리가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부 지적처럼 우리 사회 보수세력이 차기 미 행정부가 급속한 남북화해와 일방적 시혜를 견제해 주기 바라고, 이 때문에 클린턴 방북과 북미관계 진전을 반대한다면 유치한 발상이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한반도 안보정세에 미칠 영향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부시 새 행정부는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국가 및 전역 미사일 방위체제 구축을 강력히 표방하고 있다. 이는 명분부터 허구적이란 지적도 있지만, 동북아에 긴장과 대립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의 주체적 외교 안보 정책을 제약하고, 경제적 부담까지 안길 우려가 크다.
이런 전환기에, 제한적 대북 포용정책을 취해온 클린턴의 방북 실현은 전면적 포용정책으로의 진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런 화해선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미칠 효과는 대북 지원부담 등과 견줄 일이 아니다. 클린턴이 방북을 위해 미사일 문제에 확실한 보장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하지만, '국익우선 외교'에 무지한 기우(杞憂)다.
미국의 모든 대외 합의와 공약은 철저하게 안보이익에 바탕하는 것이고, 이는 정권교체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은 정파를 떠나 안보이익을 놓고 클린턴 방북을 저울질 하고 있다. 북한도 일반적 관측과 달리 부시 행정부와 새로운 힘겨루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북 반대론부터 펴는 것은 국익을 냉철하게 따지지 않은 채, 미국의 정권교체와 정책변화 가능성에 무모하게 영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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