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이냐 타협이냐, 아니면 파업 장기화냐.국민과 주택은행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3일째, 농성 4일째인 24일. 노조측은 합병 발표를 전면 백지화하라며 장기 파업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었고,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연휴가 끝나는 26일 이후까지 파업이 계속될 경우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의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26일이 고비다
정부가 언론을 통해 공권력 투입 경고를 누차 흘리고 있고 두 은행장이 직원들에게 26일 업무복귀명령을 내림으로써 성탄절 연휴가 끝나는 26일이 이번 파업을 가늠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경고가 단지 경고로만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커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탄절 25일중, 또는 26일 새벽에 공권력 투입을 통해 노조원 해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문제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노조원 해산이 곧 파업 종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일단 해산되면 결집력에 큰 흠이 가겠지만 노조측은 26일 오전 명동성당 재집결을 천명한 상태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차라리 공권력이 투입돼 일단 해산한 뒤 재충전해 다시 집결하는 것을 원하는 노조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 대타협 가능성은 있나
조만간 노사간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조측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탈 인력이 생겨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노조원 7명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인근병원으로 후송되는가 하면 배탈이 생기거나 지병이 있는 환자 60여명도 귀가 조치된 상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사 양측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합병 발표 백지화는 은행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인 만큼 합병 이후의 고용안정 등을 보장해주는 방법이 유일하지만 이것 역시 노조원들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파업 장기화 땐 고객 피해 속출
금융노조측이 밝히고 있는대로 '27일까지 국민-주택 파업 강행 →28일 금융 총파업' 시나리오가 관철될 경우 그야말로 연말 금융대란은 불가피하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중소업체다. 의류수출업체로 국민은행 S지점과 거래를 트고 있는 I사는 당장 수출신용장(L/C) 개설이 안돼 곤혹을 겪고 있다. 자금담당 Y이사는 "이달말까지 수출 예정물량이 80만달러 가량인데 신용장 개설이 안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D건설 관계자도 "할인어음 한도를 사용할 수 없어 연말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개인들도 불편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자동화기기의 현금이 바닥나 고객들이 애를 태우는데다 대출은 아예 불가능하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하면 두 은행 보유 시재가 바닥이 날 수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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