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ㆍ주택은행 노조원들의 파업 나흘째인 24일 경기 고양시 국민은행 연수원 농성장은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건물 화장실에까지 담요를 덮고 자는 조합원들로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이날 오후부터 경찰이 도시락 배달차량 통행을 막아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운 조합원 1만여명은 모닥불로 추위를 녹이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얘기들을 나눴다.
농성이 장기화함에 따라 생필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지방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로부터 외출증을 발급받아 일산 시내에서 식음료를 사다 나르기도 했다.
더구나 "오늘, 내일 경찰 투입" 소문이 나돌면서 노조원들은 입구에 '가족 면회소'까지 설치해 놓고 300여명의 사수대가 일일이 출입을 통제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밑반찬과 내의 등을 싸들고 남편을 '면회'온 김모(33)씨는 "며칠째 한뎃 잠을 자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 지도부는 한때 24ㆍ25일 양일간은 농성을 푼 뒤 26일 재집결하기로 했다가 '무기한 파업'으로 재가닥을 잡았다. 금융노련 박희민(朴熙敏ㆍ34) 홍보부장은 "서울시내 주요 지점장들까지 농성에 참여하기 시작해 파업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3일 밤 천막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자던 유모(29ㆍ여), 이모(30ㆍ여)씨 등 남녀 노조원 7명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경찰은 20개 중대 2,000여명의 병력을 연수원 주변에 배치하고, 헬기를 띄워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전단 2,000여장을 살포했다. 이무영(李武永) 경찰청장과 금동준(琴東俊) 경기경찰청장도 이날 직접 현장에 나와 상황을 살폈다.
경찰측은 진압시기와 관련, "아직까지는 결정된 바가 없지만 노조지도부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26일부터 당장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시일을 계속 늦추기도 힘들다"고 말해 경찰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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