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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끈 공방..결론은 '담합'

입력
200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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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새해 예산안은 여야간 지루한 힘겨루기로 헌정 사상 가장 늦게 처리되는 기록을 남겼지만, 정작 처리과정과 내용 등을 뜯어보면 오히려 '부실한 짜맞추기 예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무엇보다 최대 논란이 됐던 순삭감 규모가 '예산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의 정밀한 심사를 통해 정해지지 못하고, 총무채널의 '정치적 담합'을 통해 결정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종 합의된 순삭감 규모 8,000억원은 '경제논리에 의한 결정'이라기보다는 당초 여야가 각각 마지노선으로 내걸었던 1조원(한나라당)과 4,000억원(민주당)의 중간지점에 가깝다.

또 삭감대상 사업선정의 결정권을 '신속한 통과를 위한 소모적 대립방지'라는 이유로 예산 편성ㆍ집행권자인 정부에 넘겨준 것도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대 국회 첫 예산안 처리가 이처럼 졸속으로 이뤄진 것은 여야의 기싸움과 전략부재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무려 10조원 삭감을 외쳤던 한나라당은 협상이 원점을 맴돌자 뚜렷한 근거없이 8조원, 6조원, 3조원, 1조원으로 낮추는 '무원칙한 예산투쟁'을 펼쳤다.

민주당이 야당의 삭감 주장에 대해 고집스럽게 정부 원안 통과로 맞서다 막바지에 4,000억원 삭감안을 내놓은 것도 여당다운 협상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예산안 협상이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의 위기를 맞으면서도 여야의 지루한 힘겨루기를 거듭한 것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체제의 등장에 따른 여야의 기싸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이뤄졌어야 할 새해 예산안 심사가 정치적 담합으로 끝을 봄으로써 적지않은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예산안 타결까지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라는 기록을 남길 만큼 진통을 거듭해 온 내년도 예산안이 24일 새벽 총무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타결되기까지 여야는 지루한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여야는 23일 총무협상만 공개적으로 3차례하고 예결위의 `장재식(張在植)-이강두(李康斗)' 라인이 수시로 가동되는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예산안 처리 전망은 불투명했다. 첫 총무회담에서 여야가 기존 입장을 고수, 세부조율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헤어졌기 때문.

총무회담 전에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면담했던 정창화(鄭昌和) 총무가 "순삭감 1조원은 최종 안"이라고 강경입장을 보이자, 민주당도 "일부 언론에 보도된 '민주당의 7,000억원 양보안'은 장재식 위원장의 개인생각"이라며 '순삭감 4,000억원안'으로 배수진을 쳤다.

성탄절 이후 처리로 가닥이 잡혀가는 상황이 반전된 것은 오후 5시30분부터 열린 2차 총무회담. 회담을 끝낸 양당 총무가 "오늘은 무조건 한다"고 말하는 등 기류 변화를 내비쳤다. 밤 10시30분부터 열린 3차 총무회담에는 양당 총무뿐 아니라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 장재식 예결위원장,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예결위 간사 등이 배석하는 등 '무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7,500억원 삭감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한나라당도 1조원 고수 방침에서 물러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2,000억원 안팎의 괴리를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등 막판 진통이 계속됐다.

자정 넘어 민주당이 '7,000억원+알파'를 최종안으로 제시하면서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정 총무로부터 여당의 최종안을 보고를 받은 이 총재는 모 호텔에서 핵심 당직자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1조원 삭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도 나왔지만, 대다수가 "예산안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야당 측 부담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총재는 "국민 고통을 덜기 위한 우리 당의 노력이 예산안에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받아 들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여야 총무는 세부조율을 거쳐 '+알파'를 1,000억원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24일 새벽 1시께 8,000억원을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 타결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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