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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무단 장기집회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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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무단 장기집회 불허"

입력
200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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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시위의 메카'가 돼온 서울 명동성당이 마침내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명동성당측은 24일 "성당 내부와 신도들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방해하고 성당 시설을 훼손하는 집회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며 장기 점거집회나 천막농성 등의 불허방침을 분명히 했다.

백남용(白南容ㆍ54) 주임신부는 "최근 성당 내 집회에서 시위대들이 벌이는 비신사적 행동이 도가 넘고있다"며 "앞으로도 정의 구현을 위한 자기희생적 시위나 간단한 정리집회 정도는 막을 이유가 없으나, 성당을 투쟁의 본거지로 삼으려는 무단 장기 집회는 철저히 막을방침"이라고 밝혔다.

백 신부는 "특히 90년대 중반이후 늘어난 '이익을 위한' 무단 집회는 종교적 성지의 의미를 오히려 갉아먹는 행동"이라고 단호히 지적했다.

성당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17일부터 22일 오전까지 한국통신 노조원 6,000여명의 성당 내 집회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평신도 모임인 사목협의회 김모(50ㆍ자영업)씨는 "무단 방뇨, 신도 출입 통제, 문화관 무단 점거 등으로 미사 참여도 하지 못했다"며 "예수 탄생을 재현한 구유에까지 무단 방뇨를 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성당측도 22일 성명서를 내고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가던 여 신도가 시위대에 맞기도 했다"며 "폭력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백 신부는 "명동성당이 '민주화 성지(聖地)'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미를 지켜나가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뜻을 담은 협조 요청 공문을 서울경찰청에도 보내 무단 점거 집회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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