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 장관의 사과는 뒷 맛이 개운치 않다.그는 21일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 지명을 "웃긴다.
잘못된 일이다"고 비난,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았다. 22일 까지도 "취중발언으로 본인도 유감표명을 했다"는 당의 공식해명에 "무슨 소리냐. 평소 나의 생각이다"며 정색하던 그였다. 그러나 23일에는 태도를 바꿔 사과문을 발표 했다.
사과를 하려면 발언 직후에 하는게 앞뒤가 맞다. 발언 다음날엔 발언의 당당함을 주장해 파문을 오히려 확산 시킨 뒤 하루가 더 지난 다음에야 슬그머니 뒷 걸음을 치는 것은 '치고 빠지기'식 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노 장관은 사과문에서 "출입기자와 비 보도를 전제로 나눈 사담(私談) 이 보도돼 당에 내분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 당과 대통령에게 죄송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2일 기자들의 보충 취재에 응하면서 비 보도를 깬 기자에 대해 별다른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당내에서 감히 못하는 얘기를 내가 용기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확대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그의 '소신'이 하루 아침에 '죄송한 일'로 뒤집어진 데는 본인의 '반성'보다는 당의 험악한 분위기가 작용했다. 민주당의 소장파들 조차 "장관으로 갔으면 장관 업무나 열심히 하라"는 반응을 보였고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여권의 거친 분위기를 전했다.
노 장관이 "못할 말을 했느냐"며 버틴 것 까지는 좋았으나 하루 만에 또 다시 태도를 바꾼 모양새는 소신파 임을 자부하는 평소의 그답지 못하다.
스스로를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그의 가벼운 처신도 문제지만 장관이라는 공직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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