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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 / (1)정치격변-'피플파워' 세계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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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0 / (1)정치격변-'피플파워' 세계를 흔들다

입력
200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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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정치를 바꿔 새 희망을 붙잡아 보려는 열망은 올 한해 유독 두드러졌다.독재권력과 장기집권은 '피플 파워'와 선거혁명에 의해 잇달아 무너졌다. 국민의 뜻을 거역한 채 부정부패에 탐닉했던 지도자들은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다. 1980년 이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의 열풍은 뉴 밀레니엄 들어 더욱 뜨거웠다.

선거혁명 바람은 3월 18일 대만으로부터 불어왔다.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 집권당인 국민당의 롄잔(連戰) 후보와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를 물리치고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무력침공 위협 속에서도 대만 출신으로 독립주의자인 陳 후보를 선택, 국민당의 장기 금권정치에 대한 염증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었다.

멕시코 국민들은 71년 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제1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비센테 폭스 후보가 7월2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1929년 이후 계속 집권해온 제도혁명당(PRI)의 일당 독재를 종식시켰다.

유고연방의 선거ㆍ시민혁명은 더욱 극적이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초토화에 가까운 공습에도 꿋꿋하게 버텼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13년간에 걸친 철권통치가 국민들의 힘에 의해 막을 내린 것이다.

밀로셰비치는 9월24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조작, 집권을 연장하려다 야당과 시민들의 거센 반정부 시위로 결국 10월5일 항복, 야당인 세르비아민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면서 권좌에서 축출됐다. 4월 9일의 대선에서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결선투표를 거부했으나 후지모리는 단독 출마를 강행해 당선됐다.

하지만 개헌까지 하며 3선을 노렸던 후지모리는 국가정보부장의 야당의원 매수공작 폭로와 각종 부정부패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지난달 20일 일본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눌러앉았다. 페루 의회는 그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덕적 결함'을 이유로 파면했다.

그러나 선거혁명과 시민혁명으로 등장한 각국의 새 정권들은 통치 경험 미흡 등으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속출, 민주주의의 완성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陳 총통은 원전건설 중단을 둘러싼 야당의 반발과 여성스캔들로 야당이 탄핵안을 상정하는 정국 혼란을 겪고 있으며, 정치불안으로 탄탄했던 경제까지 곤두박질치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도박단체로부터의 뇌물수수, 부정부패 등으로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거센 사임 압력을 받으면서 상원의 탄핵재판에 회부돼 있다.

또 지난해 독재자 수하르토를 축출하고 선거로 민주화를 이룩한 인도네시아는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이 조달청 공금 횡령사건 연루 등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공세에 처했다. 와히드 대통령의 서투른 경제운영으로 인도네시아 통화가치는 연초에 비해 30%이상 하락하는 등 제2의 '환란'마저 거론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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