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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찌른 "합병"발표…사태 예측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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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찌른 "합병"발표…사태 예측불허

입력
200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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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찌른 "합병"발표…사태 예측불허

2000/12/22(금) 19:04

허찌른 "합병"발표…사태 예측불허

국민과 주택은행 노조가 22일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두 은행 노사는 '합병 추진-철회'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의 경우 파업으로 인해 512개 점포 중 16개만이 정상 영업하는 등 두 은행 점포 상당수가 영업에 차질을 빚었으나 두 은행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도 않았다.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 집결한 두 은행 노조원 1만여명은 합병 백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새벽 이루어진 노정(勞政)협상의 극적 타결도 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 편입 대상 4개 은행 노조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는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노조에 너무 많이 양보,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가 거대 부실은행으로 전락하거나 금융 구조조정이 퇴보하는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파업 해결 실마리는 없는가 국민과 주택은행의 파업은 '관치 금융 철폐' 등 추상적인 요구사항을 내걸었던 7월 은행권 1차 총파업과는 달리 '합병 철회'라는 민감한 사안이 쟁점이다.

노조원 대부분이 '합병이 이뤄지면 직장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는 탓에 결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은행측은 여전히 "합병 방침은 철회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좀처럼 절충안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5자 회동을 통한 대타협이다. 두 은행장 및 노조위원장,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이 모여 합병은 하되 고용안정 등은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에 사인할 가능성이 크다.

전격적인 합병 발표 후 공권력 투입을 통해 노조원들을 해산시키는 초강수도 배제할 수 없지만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두 은행장의 합병 철회 발표, 노사간 합병 추진 합의 등 양 극단의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성탄절 연휴가 분수령 정부는 파업 이틀째인 23일이 토요일인데다 24,25일 성탄절 연휴로 이어져 노조원들이 속속 이탈, 파업이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노조원의 응집력 약화로 무혈 진압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노조측도 이를 의식한 듯 농성장 입구에 파업 사수대를 배치, 노조원들의 이탈을 철저히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휴기간에는 영업 차질 등 실질적인 투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는데다 국민적 관심에서도 벗어나 노조의 파업은 '외로운 투쟁'이 될 전망이다.

연휴를 이용해 두 은행의 경영진이 적극적인 노조 설득에 나서거나,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농성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구조조정의 앞길은 험난 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 4개 은행이 파업방침을 철회, 정상영업에 들어감으로써 28일로 예정된 은행 총파업은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없어졌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의 기능재편(통합)을 내년 10월까지 마무리짓는다는 당초 방침에서 후퇴, 2002년 5월말까지 노사 협의를 통해 통합을 완료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 계획보다 8개월 정도 통합이 늦어지는 바람에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이들 은행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의 일부는 2002년 6월까지 존속되는 과잉 인력ㆍ점포 유지비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어 '국민혈세'의 낭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의 단계마다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구조조정의 앞길을 험난하게 만들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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