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넘어야 할 첫번째 외교 관문은 내년 4월 결정되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리스트가 될 전망이다.동맹국과 군사적 유대를 강조해온 부시가 과연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고수해온 '제한된 ' 무기 판매에 변화를 줄 지 관심을 끈다. 이 문제는 해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물론이고 양안(兩岸) 관계의 긴장 수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돼왔다.
현재 대만이 미 국방부에 요청한 무기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4척과 최첨단 디젤엔진 잠수함, 대잠수함 초계기 P3C 등으로 한결같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것들이다.
특히 척 당 11억 달러나 하는 이지스함은 대만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무기로, 동시에 200개 이상의 타깃을 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부시가 유세기간 내내 아주 강경한 어조로 '대만 사수'를 공약했다는 사실이다. 부시는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누차 다짐하면서 대만과의 군사적 연대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 주도의 미 하원은 올 초 1979년 4월 '대만관계법' 보다 더욱 강화된 군사관계를 규정한 '대만 안보 강화법'을 압도적으로 가결한 바 있다.
이 같은 부시의 다짐과 공화당의 입장에 고무된 대만 정부는 이번 기회를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는 기회로 보고 무기구매 로비를 대폭 강화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중국은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해안을 따라 미사일을 배치했다"며 "우리는 미국이 대비책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 달부터 워싱턴에서 미 국방부와 본격적인 무기거래 협상에 들어갔다.
대만이 미국에만 매달리는 것은 무엇보다 러시아 등 대부분 국가들이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지만,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충분한' 방위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미국은 79년 이후 대만에 12척의 군함을 대여했으며 150대의 F 16 전투기를 판매했다.
표면적인 쟁점은 대만이 요구한 이지스함 등이 '방위적' 성격이냐는 것이다. 중국은 이지스함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대만이 획득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대만은 중국이 대만 해협을 봉쇄, 압박작전을 펼치면 그 돌파구로 이지스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부시가 취임하면 공약대로 적극적으로 대만을 '보호'하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있다. 유세 중에는 '거대 중국'을 우려하는 유권자를 공략하는 차원에서 선명한 대만 정책을 표명했으나, 실제 외교 무대에서는 국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ㆍ중 관계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 마무리 등으로 유화적인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상태이다. 대만도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손을 잡았듯이 공화당 정권이 반드시 자국에 유리하진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지도부 갈등 '인선 급제동'
정권인수 작업에 한창인 부시 정권이 인사갈등에 휘말려 있다. 국방 법무 등 핵심장관 인선에서 공화당내 분열상이 드러나면서 내각구성에 갑자기 제동이 걸리고 있다.
부시 당선자는 당초 국방부 장관에 댄 코츠 전 상원의원(인디애나주)과 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 중 한 명을 지명할 생각이었으나 공화당 지도부의 의견이 엇갈려 지명을 미루고, 다른 후보를 물색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부시 당선자는 지난 18일 면담까지 했으나 코츠 전 의원이 부시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측근들은 밝혔다. 측근들은 " 면담의 결과가 좋았더라면 수 일 내로 국방부 장관 지명을 발표할 생각이었으나 지금까지 부시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미뤄 다른 인물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인선 지연에는 공화당의 내분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츠 전 의원은 상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밀고 있고, 월포위츠 전 차관은 공화당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밀고 있다.
코츠 전 의원은 10여년간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상원에서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트렌트 로트 원내총무와 보수 그룹의 후원을 얻고 있다.
월포위츠 전 차관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번 주 들어 코츠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월포위츠를 강력히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아시아담당 차관보를 지낸 월포위츠는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국방장관으로 있을 때 그를 보좌했고, 대선 기간에 부시의 외교정책 자문가 그룹 중 한 명이었다.
부시는 현재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걸프전 당시 공군장관이었던 도널드 B 라이스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당초 몬태나 주지사 마크 래시코트가 유력했으나 역시 당내 보수파가 거부의 뜻을 밝혀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화당 보수파는 오클라호마 주지사 프랭크 키팅을 밀고 있으나 존 댄포스 전 상원의원(미주리주)이 유력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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