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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데오 거리와 실업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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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데오 거리와 실업사태

입력
200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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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문에는 너무 대조적인 두 종류의 기사가 나란히 실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조금은 들 뜬 우리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서울 강남의 속칭 '로데오 거리'에 나타난 무분별한 호화ㆍ과소비 행태와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이 그것이다.국세청이 밝힌 로데오 거리의 생활모습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5년간 해외여행을 53회나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벌에 5,000만원이나 하는 여성용 코트, 한 개에 3,000만원을 호가하는 악어 핸드백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구입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겪는 고통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이대로 족'들인 것 같아 착잡할 따름이다.

이들이 이제는 더 이상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활개를 치는 것 같아 '20대 80'의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착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부의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11월 실업자는 79만7,000명으로 10월의 76만 명에 비해 4.9% 늘었다.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현상은 20ㆍ30대 젊은 근로자들의 퇴출이 급격히 늘고 있고, 1년 이상 장기 실업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이상의 장년층은 많이 정리돼 더 이상 퇴출시킬 유휴 인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디뎠거나 한창 일을 배울 시기에 직장에서 내쫓기고, 재취업 또한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이들이 로데오 거리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마약 등 불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요가 있으니까 장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소한 세금은 내야 한다. '유리 지갑'인 봉급 생활자들은 탈세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데 엄청난 돈을 벌고서도 세금을 안 낸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일이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혐의가 큰 로데오 거리의 호화 사치업소 업주 3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비단 이들 뿐이 아닐 것이다. 음성 불로소득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실업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고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도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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