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법원은 20일 전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대법원은 이날 산티아고 항소법원의 공소 기각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에 대해 "검찰이 기소 전에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절차를 어겼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대법관 5명중 4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해온 칠레 연방법원의 후안 구스만 판사와 인권변호사들로 구성된 특별검찰부가 지난 달 피노체트를 전격 기소하면서 발부했던 체포영장과 가택연금 조치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피노체트가 살인과 납치 등 혐의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구스만 판사에게 앞으로 20일 이내에 피노체트를 정식 신문토록 명령, 재기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구스만 판사도 "대법원과 항소법원이 유ㆍ무죄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의 기소절차를 문제 삼은 만큼 피노체트를 직접 신문한 뒤 재기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노체트가 신문에 불응할 것이 뻔해 구스만 판사의 의지가 관철될 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피노체트의 변호인단은 "피노체트가 85세의 고령으로 법정 출두가 불가능할 만큼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쇠약한 상태"라며 신문에 불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도 이를 고려, 피노체트가 기소된 후 제대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신체 감정 명령도 함께 내렸다. 신체감정은 구스만 판사 등이 객관성을 들어 민간병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식통들은 내년 1월 22일 군 병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피노체트는 1973년 군사쿠데타 직후 군경요원들로 구성된 '죽음의 특공대'가 반체제인사 75명을 납치ㆍ살해한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피소돼 구스만 판사의 조사를 받아오다 수사착수 15년 만인 지난달 전격 기소됐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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