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장충식(張忠植) 총재가 사퇴권고에 반발한 박기륜(朴基崙) 사무총장을 21일 전격 해임함에 따라 한적 내홍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장 총재는 "한적이 큰 혼란에 빠져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우려되고, 간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임을 결정한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박 총장은 "휴가가 끝나는 이 달 30일 사표를 내기로 밝힌 만큼 이날 사표를 들고 한적으로 나갈 것"이라며 장 총재 결정에 불복하는 자세다.
장 총재가 30일까지 기다리지 못한 데에는 사퇴권고 이후 박 총장의 언론 인터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 총재는 '단국대식'으로 한적을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장 총재는 "박 총장이 개인감정을 언론에 드러낸 것에 대해 직원들이 격분해 있다"고 말했다.
장 총재는 또 "박 총장은 과거 총재가 교체될 때 사무총장들이 어떻게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주의 사업을 맡고 있는 한적의 인사 파문이 이전투구식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박 총장 해임발령으로 행정적 측면에서의 박 총장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이번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당장 30일 박 총장의 태도가 주목된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두 편으로 쪼개진 직원들의 분위기도 문제다.
이번 파문을 지켜보면서 한적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8월 장 총재 임명을 위한 한적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이 지적한 '낙하산식 총재 임명' 문제, 이산가족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적 위상에 걸 맞는 조직개편, 한적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 본격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적 사무총장이 남북 적십자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는 문제도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회봉사와 혈액관리 등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수석대표를 맡는 것은 형식에 치우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장 총재도 이와 관련 "북측도 사무총장이 아닌 상무위원이 수석대표를 맡는 만큼 반드시 사무총장이 수석대표를 맡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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