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멀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죠"'정상 4인방'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면 반상 혁명의 선봉에 나선 '불패소년' 이세돌(17) 3단과 '괴동' 목진석(20) 5단.
20일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과 '세계 바둑 1인자' 이창호 9단을 한날 각각 꺽고 대망의 타이틀을 쟁취한 두명의 '무선운 신예기사'는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야망을 얘기했다.
유9단으로부터 배달왕 타이틀을 빼앗으며 천원전에 이어 올해 2관왕에 오른 이 3단은 "(최종국은) 내용 면에선 너무 부끄러운 바둑이었다. 선배님(유 9단)이 중반에 어이없는 실착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졌을 텐데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전적의 6전 전패의 열세를 딛고 이 9단으로부터 KBS바둑왕을 빼앗은 목 5단 역시 "운이 따라준 역전승이었다"고 겸손해 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남들은 올들어 내 기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하는데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력보다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 선배들 하고도 얼마든지 둘 수 있다는 배짱이요."(이 3단) "창호형은 여전히 저보단 한 수 위입니다. 하지만 게으름 피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거라고 생각합니다"(목 5단)
두 기사는 평소 '지겹도록 자주 만나는' 충암연구회 선후배 지간. 누구보다 서로의 바둑과 기풍을 잘 아는 사이다. 올들어 상대 전적은 후배인 이 3단의 2연승.
목 5단이 "세돌이는 수읽는 기가 아주 정확하고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우니 이 3단은 "진석형은 두터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바둑이어서 상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응수했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는 올해 다승 랭킹에서도 71승(이 3단)과 58승(목 5단)으로 사이좋게 1,2위를 차지했다. 두 기사 모두에게 올해는 '기록의 해'나 다름없다.
이 3단은 배달왕기전 우승으로 타이틀을 딴 원년에 2관왕에 오른 국내 첫 신예기사가 됐고, 목 5단은 이창호가 88년 세계 최연소(13세)호 우승컵을 안은 바로 그 대회(바둑왕전)부터 역시 타이틀 사냥을 시작했다. 이들이 주도해 나갈 반상 혁명에 그래서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변형섭 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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