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부 장관에 폴 오닐 알코아 알루미늄 회장을 지명함에 따라 차기 행정부의 재정ㆍ금융 정책이 곧 골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하강기로 접어든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목표로 하게 될 부시 행정부의 재정ㆍ금융정책 기조는 민간 경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자유방임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부시 당선자의 공약과 발언 등으로 미뤄볼 때 재정ㆍ금융정책의 초점은 대규모 감세, 정부지출 억제, 규제 완화, 이자율의 탄력적인 조정 등에 두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산업주의자로 알려진 오닐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쏟아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 앞으로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예상된다.
우선 재정 분야에서 부시 당선자는 "재정흑자로 남는 세금은 납세자에게 되돌려 주어야 하며, 모든 납세자가 골고루 균등한 감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재정 흑자의 절반은 사회보장에 쓰고, 4분의 1은 국가의 중요 정책에, 나머지 4분의 1은 세금 감면에 쓰겠다는 게 대선 공약이다.
이 중 향후 10년간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공약 실천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감세 정책은 세금을 감면하면 기업과 개인의 투자가 촉진돼 인플레이션의 부담 없이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공급사이드 경제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감세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감세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이 견제할 경우 정책 시행이 지연될 수 밖에 없고 결국 경기 조절에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경기하강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조세 수입과 재정흑자 규모가 감소할 수 밖에 없으므로 공약 실천이 지지 부진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감세를 위해서는 정부지출 규모의 축소가 수반되어야 하나 이미 의회는 재정흑자분 중 3분의 1을 지출토록 돼 있는 예산안을 통과시킨 상태여서 이를 조절하는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조정 등 금융정책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크지 않다. 다만 부시 측으로서는 경기 연착륙을 위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길 원할 가능성이 높은데,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의 조율이 관건이다.
또 빌 클린턴 정부가 추구해온 '강한 달러'정책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감세를 위해서는 강한 달러가 필요하나, 그 동안 수출 경쟁력 저하로 고심해온 업계는 이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오닐 지명자는 "미국 경제는 생산성이 크게 증가,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팀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낙관적 견해를 밝혀 앞으로 적극적인 기업 중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폴 오닐(65ㆍ사진)은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의 회장이다. 그에게는 부시 정부 경제분야 제1공약인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
오닐 회장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하에서 백악관 예산실 차장과 공공정책 연구소인 랜드 코퍼레이션의 회장직을 지내는 등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부시 당선자는 20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오닐 회장을 지명하면서 "오닐은 솔직한 사람이며 앞장서서 나갈 수 있는 개혁가"라고 추켜세웠다.
부시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가 강력히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경제 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또 백악관 예산실 차장시절부터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나 백악관 경제 고문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런스 린지와 잘 알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금융분야에는 경험이 일천하다는 측면에서 월가에서는 다소 껄끄럽게 보고 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등 금융계 출신 인사들과 친숙한 월가에서는 그가 달러 강세, 유동적인 금융시장, 부상하는 신기술분야 등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1992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폈던 유류세 인상 정책에 대해 찬성했던 사례를 들먹이며 부시 당선자의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프레스노대를 나왔고 인디애나대에서 공공정책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플로리다는 아직 격전장
미 플로리다주의 대선 논란과 후유증이 여전하다.
우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법률감시단체 등 14개 그룹이 공동으로 플로리다주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겠다며 18일부터 본격적인 재검표에 들어가 있다.
공공서류 접근권을 근거로 재검표에 나선 이들은 집표기에서 무효 처리된 4만3,000여표를 재검표해 비공식 승자를 가려내고 기계작업과 수작업의 차이가 있는 지를 알아내 선거방식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다. 이번 재검표를 위해 참여단체들은 1시간당 3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맨 먼저 재검표에 들어간 브로워드 카운티는 19일 오후까지 재검표 대상인 6,600표 중 871표를 확인했으나 결과가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재검표작업이 1월1일까지 중단됐다. 또 주도인 탤러해시에 보관돼 있던 팜 비치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투표용지도 재검표를 위해 해당 카운티로 이송되고 있다.
하지만 재검표가 예정대로 완료될 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참여단체들이 재검표 대상표와 유ㆍ무효기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논란을 벌이고 있다.
또 67개 카운티 전체에 대한 재검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논란표가 별도로 분리돼 있지 않아 완전 재검표까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 법정투쟁 과정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주대법원 판사들을 대상으로 공화당원들이 벌이는 유권자 소환운동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주지사 시절에 임명된 판사들로만 구성돼 있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집계 마감시한을 연장하고 수검표 재개를 7대0으로 명령함으로써 공화당으로부터 당파적 판결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공화당원들이 만든 단체인 '플로리다주 대법원 비상 프로젝트'는 유권자 35만여 명에게 찰스 웰스 대법원장과 린더 쇼 2세, 해리 앤스테드 판사 등 3명을 주대법원에서 쫓아내는 운동을 위해 기부금을 내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웰스 대법원장과 앤스테드 판사는 7년마다 실시되는 재신임투표제도에 따라 2002년 신임투표 대상이고, 쇼 판사는 2003년에 70세로 퇴임할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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